(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요법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 치료법'의 백혈병 치료 효과가 10년 이상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P 통신과 CNN 방송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J. 조지프 멜런호스트 박사팀은 2010년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만성 림프구 백혈병 환자 2명을 최근까지 추적 관찰해 관해(寬解.remission)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밝혔다.
암 치료에서 '관해'는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공동연구자인 칼 준 박사는 지난 10년간의 연구 결과를 볼 때 "이제 CAR-T 세포가 백혈병 환자를 실제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CAR-T 세포 치료법은 고형암이 아닌 혈액암 등에 주로 사용되는 일종의 면역치료법으로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도록 조작해 정맥주사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주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10년 이상 사용되면서 일부에선 '기적의 항암요법'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펜실베이니아대와 노바티스 생의학연구소는 2010년 CAR-T세포 치료법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임상시험에 지원해 치료를 받은 더그 올슨(75)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고 여전히 매우 활동적이다. 2018년까지 하프마라톤을 뛰었다"며 "의사들은 완치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지만 이것은 완치"라고 말했다.
그는 1996년 만성 림프구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화학요법 등으로 수년간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자 2010년 골수 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CAR-T 세포치료법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올슨씨는 의료진이 자신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해 변형한 CAR-T세포를 투여한 지 1주일 후 담당 의사가 "당신의 몸에서 단 하나의 암세포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역시 임상시험 자원자였던 은퇴 교도관인 빌 루드윅씨는 지난해 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두 환자 모두에서 CAR-T세포가 암세포를 즉각 공격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으며, CAR-T 세포들은 이후에도 몸 안에 수년간 머물면서 진화해 암을 지속해서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멜런호스트 박사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환자 몸 안에 있는 CAR-T세포들을 분리해 분석할 수 있었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CAR-T 세포 치료 효과가 환자 몸 안에서 어떻게 지속되는지에 대한 아주 좋은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대의 유전자·면역 암 치료법 전문가 아민 고바디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완치'라는 단어는 암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이 환자들은 분명히 완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CAR-T 세포 치료법이 앞으로 다른 암 치료에도 더 널리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혈병·림프종협회에 따르면 백혈병과 림프종, 골수종은 지난해 미국에서 새롭게 암 진단을 받은 190만 명 가운데 10%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준 박사는 "이 치료법을 확대하려면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있다"며 "폐와 결장 등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고형암 치료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CAR-T 세포 치료법은 혈액암을 치료할 때도 약값만 수십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쌀 뿐 아니라 치료과정에서도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종양 용해 증후군', 신경학상 독성 등 해결해야 할 부작용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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