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유럽 누빈 '유령부대', 75년만에 美의회 금메달 영예

입력 2022-02-03 09:42  

2차대전 유럽 누빈 '유령부대', 75년만에 美의회 금메달 영예
풍선으로 만든 가짜 탱크 등 다양한 기만전술 수행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제2차 세계 대전 때 유럽 전장에서 풍선으로 만든 가짜 무기 등으로 적군을 교란한 미군 '유령 부대'가 75년 만에 민간인 최고 영예인 의회 금메달을 받는다고 AP 통신과 CNN 방송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 년 간의 봉인을 풀고 세상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이들 부대는 미 육군 제23 부대 본부 특수부대와 제3133 신호 복무 중대다.
이들은 적군과 직접 싸우기보다는 다양한 기만전술로 적군이 오판하게 함으로써 아군을 보호했다.



풍선으로 만든 가짜 탱크와 전투기, 자주포 등을 전장에 늘어놓아 대규모 부대가 배치된 것처럼 속인 것이 대표적인 전술이다.
적군의 첩보 작전을 역이용하기 위해 대형 작전 부대의 가짜 본부를 만들고 해당 부대 계급장이나 마크를 단 군복을 입은 병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대규모 병력이 이동하는 소리를 녹음해 놓았다가 야간에 방송하거나 엉터리 무선 교신을 주고받음으로써 도청을 하는 적군을 속이는 전술도 구사했다.
미 육군 제23 부대의 규모는 1천100명이었지만, 이런 전술을 활용했기에 때로는 적군에게 3만명 이상의 대부대로 보일 수 있었다.
이들 유령 부대가 수행한 기만 작전은 20회가 넘고, 이를 통해 연합군 장병 3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23 부대는 벌지 전투에서 '명장' 조지 패튼 장군의 미 3군 기갑부대가 기습작전으로 벨기에 바스토뉴에 고립된 연합군을 구할 때 가짜 무선 통신으로 적군을 교란했다.
이 부대는 독일 본토 진격을 앞둔 1945년 3월 미군의 라인강 도하 작전 때에도 풍선 탱크와 포 등을 이용해 엉뚱한 지점에서 도하할 것처럼 심리전을 펼쳤다.
이로 인해 독일군의 방어진이 흐트러졌고, 미군은 큰 피해 없이 라인강을 건널 수 있었다.
제3133 중대는 1945년 4월 이탈리아 전선에서 다양한 소리 교란 작전을 통해 독일군을 헷갈리게 했다. 야간에는 대규모 병력이 행군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 부대는 적군인 독일군은 물론 아군까지 속일 정도로 철저한 기밀 속에 운영됐고 전후에도 수십 년간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1996년 이들에 대한 기밀문건이 해제되면서 '유령부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부대원 중에는 패션 디자이너 빌 블라스, 화가 엘즈워스 켈리, 사진가 아트 케인 등 훗날 예술가로 이름을 날린 창의적인 병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들 부대원에게 의회 금메달을 수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서명했다.
유령 부대 생존자인 버니 블루에스틴(98)은 메달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살면서 이런 일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료가 이젠 옆에 없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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