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국교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의사가 탄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파키스탄 매체 돈에 따르면 현지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카라치의 JPMC병원이 트랜스젠더 의사 사라 길(23)을 고용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길은 지난달 의대를 졸업하고 학위를 받으면서 파키스탄 최초의 트랜스젠더 의사가 됐다.
길은 14세 때 성 정체성을 알게 된 부모로부터 집에서 쫓겨나 트랜스젠더 집단에 들어갔다.
그는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게 된 어머니가 당시 많이 울었다"며 "의사가 된 뒤 부모님이 나를 다시 받아줬다. 제발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부모는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길은 트랜스젠더로서 살면서 그동안 수많은 소외와 차별,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인구 2억3천만명의 파키스탄에 트랜스젠더는 약 1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남녀 구분이 엄격한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들은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는 큰 차별에 시달린다.
2009년 대법원이 공문서에 '제3의 성'을 인정하라고 했지만, 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트랜스젠더 일부는 모델 활동으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구걸을 하거나 몸을 파는 이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 기록에 따르면 수천 명의 트랜스젠더가 집단 성폭행, 살인, 살인미수, 고문, 납치, 폭행, 협박 등 범죄의 표적이 됐다.
길은 "트랜스젠더들이 매춘부나 거지로 여겨지기에 평범한 인간이 되는 것이 참 힘들었다"며 "나는 트랜스젠더 의사로서 역사를 만들었다. 높은 지위에 오르길 열망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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