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비용부담 증대…작년 적자 4조5천억원대 관측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정부가 올 1분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국제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국전력[015760]의 비용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력도매가격(SMP) 평균(육지기준)은 킬로와트시(kWh)당 184.82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평균 SMP도 153.82원으로 작년 동기(70.47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뛰었다.
SMP는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으로, 원료인 유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국제 유가는 7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나날이 치솟고 있다.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06(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여 만에 최고치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도 지난달 31일 기준 배럴당 88.39달러를 기록하며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유가가 SMP에 반영되기까지 약 반년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SMP 상승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 전체 예산에서 전력 구입비가 80%가량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는 결국 한전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1분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과 실제 생산비용에 따른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한전의 지난해 적자 규모가 4조5천억원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전에 대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3조7천6945억원 적자로, 작년 1~3분기와 더하면 총 적자 규모는 4조5천597억원에 이른다.
2008년 2조7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6조9천774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2년간 적자 폭만 10조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현재의 유가 추이가 계속되면 하반기 전기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4월 이후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했지만 원가 상승 폭이 요금 상승 폭을 앞질러서다.
이 때문에 도입 취지에 맞게 원료비 연동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등 정치 이벤트나 물가를 비롯한 경제정책에 맞춰 전기요금을 책정하게 되면 결국 부담이 후세대로 넘어간다는 의미에서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대책을 고민 중이나 결국은 연료비 연동제가 작동해야 한다. 연동제 도입의 취지도 그것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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