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하야시 첫 통화…사도광산 놓고 항의 주고받아(종합2보)

입력 2022-02-03 17:23  

정의용·하야시 첫 통화…사도광산 놓고 항의 주고받아(종합2보)
"강제노역 역사 외면해 깊은 실망" vs "韓 독자 주장에 유감"



(서울·도쿄=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박세진 특파원 = 한일 외교 수뇌가 3일 과거사에 얽힌 양국 간 주요 현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논전을 벌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1시 45분께부터 약 35분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통화를 하고 일본의 사도(佐渡)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항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했다.
정 장관은 올바른 역사인식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이라고도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하기로 지난달 28일 결정하고 이달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를 냈다.



정 장관은 일본 정부가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국제 사회에 약속했던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일본 정·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해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밝혔다.
일본은 한국의 양해로 세계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었던 근대산업시설에서의 강제노역 설명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등재하려는 것은 일본 정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야시 외무상은 사도 광산과 관련한 정 장관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국 측의 독자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유감"이라며 "항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측과 성실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측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은 징용 피해자 및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내의 움직임으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인식을 전달하고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거듭 요구했다.
정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양국의 여타 현안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도 재차 전달했다.
두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선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및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한미일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 장관과 작년 11월 취임한 하야시 외무상은 영국 리버풀에서 12월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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