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도기 거쳐 하나 이상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로 전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저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을 2030년 말까지 운영한 뒤 이듬해에 남태평양에 수장할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2일 전했다.
CNN 등에 따르면 NASA는 의회에 제출한 'ISS 전환 계획' 보고서를 통해 국제 우주협력과 연구의 터전 역할을 해온 ISS를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노후화한 ISS 수장 계획을 공개했다.
ISS는 우선 2030년 말까지 운영하며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갖고, 2031년 1월 궤도에서 이탈해 지구 대기권에 안전하게 재진입한 뒤 남태평양의 '포인트 네모'에 수장된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네모(Nemo) 선장'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4천800㎞, 남극대륙에서는 북쪽으로 3천200㎞ 떨어진 외딴 해역으로 인근에 사람이 사는 섬이 없다.
지난 1971년부터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유럽 등의 우주 쓰레기 263건이 수장돼 '우주선 묘지'로도 불린다.
NASA는 미국이 ISS 운영에 계속 참여함으로써 달과 화성 유인 탐사에 필요한 연구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과도기 운영이 "2020년대 말까지 저궤도에서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우주정거장이나 도착지로 완벽하게 전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우주 탐사 기술 개발과 인류에 기여하는 실험 및 연구, 민간 우주산업 촉진, 국제협력 증진 등을 과도기 운영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998년 첫 모듈 자르야(Zarya)가 발사되면서 건조가 시작된 ISS는 그동안 지구 300∼400㎞ 상공의 저궤도를 돌며 19개국에서 200여 명의 우주비행사가 참여해 각종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는 국제협력의 상징이 돼왔다.
하지만 우주공간에서 20년을 넘기면서 노후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으며 ISS의 두 축인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모색 중이다.
민간 주도 개발을 추진 중인 NASA의 필 맥칼리스터 민간 우주개발 본부장은 "민간 부문은 NASA의 지원을 받아 지구 저궤도에 상업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이 안전하고 믿을만하며 비용경쟁력을 갖춘 우주 시설을 개발하는 것을 도우려고 우리가 배운 교훈과 운영 경험을 공유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NASA는 민간주도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지난해 12월 블루 오리진을 비롯한 3개 업체와 총 4억달러가 넘는 디자인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 기업 주도로 2030년대 초반 우주정거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두 명 이상의 우주비행사를 보내 미중력 및 생물의학 연구를 진행하고 심우주 탐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ISS의 노후화를 이유로 현재 운영 계약이 완료되면 2025년부터 손을 떼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2030년 독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ISS에서 배제돼 온 중국은 지난해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구축을 위한 첫 모듈을 발사했으며 올해 말 이전에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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