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 인물, 신청 안돼" 지적…태국 작년 부패 지수 110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레드불 3세' 부패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전직 고위 검찰 간부가 반부패 위원이 되겠다고 나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는 4일 나떼 낙숙 전 검찰청 차장이 최근 공석이 된 반부패위원회(NACC) 위원이 되겠다며 신청서를 냈다고 NACC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레드불 3세' 사건을 언급하며 "현재 심각한 규정위반 혐의를 받는 그가 감히 NACC 위원이 되겠다고 신청할 수가 있나"라고 반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거로 생각한다. 그 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나떼 전 차장은 지난 2020년 7월 레드불 창업 3세 오라윳 유위티야(당시 36세)의 뺑소니 사망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장본인이다.
이 결정은 태국 국민 사이에 '유전무죄' 공분을 불러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은 9년 전인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오라윳 체내에서 마약인 코카인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봐주기 속에 오라윳이 해외로 도피 중인 가운데 검찰은 '오히려 숨진 경찰에 잘못이 있다'는 뒤늦은 증언을 내세워 2020년 7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여론의 공분이 커지면서, 결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직접 진상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그 결과 '레드불 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인과 검·경찰 그리고 변호사가 가담한 조직적 음모 및 비호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나떼 전 차장이 '레드불 손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불법적으로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떼 전 차장에 대한 징계조사위 조사가 진행됐고, 오는 15일께 그에게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도 수사를 재검토한 결과, 잘못된 점이 있었다며 기존 과실치사 혐의 외에 마약 복용 혐의도 추가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령까지 내려졌음에도 행방은 오리무중인데다, 2020년 말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하기 전에는 마약 복용 혐의에 대한 기소를 진행할 수가 없다며 '딴소리'를 해 처벌 의지에도 물음표가 붙은 상태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전세계 180개국 중 태국은 110위로 나타났다.
1년 전 104위보다도 6계단 하락한 것이다.
태국의 CPI는 100점 만점에 35점으로, 전 세계 평균인 43점에 비해서도 한참 아래인 것으로 집계됐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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