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지털 위안 써보니…스타벅스 커피가 20분만에 집까지

입력 2022-02-04 15:31  

中 디지털 위안 써보니…스타벅스 커피가 20분만에 집까지
올림픽 계기 국제무대 데뷔…중국 나라 안팎서 보급 전면화 시동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 낮추고 위안화 국제화 촉진 목적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퇀(美團) 앱을 켜고 스타벅스 가상 점포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e-CNY)가 선택 가능한 결제 서비스 중 하나로 떴다.
커피값 36위안(6천800원)에 4위안(약 750원)의 배달료를 추가해 총 40위안을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하자 주문이 접수됐다.
20여 분쯤 지나자 노란 점퍼를 입은 메이퇀 배달 기사가 현관문을 두르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가져다줬다.
디지털 위안화를 처음으로 직접 써보니 중국이 진행 중인 세계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 실험이 이미 생활 깊숙한 곳에까지 파고들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편의점부터 식당까지…올림픽 선수촌 곳곳에 디지털 위안 인프라

외국인인 기자가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가입 문호를 넓혔기 때문이다.
전에는 원칙적으로 중국 국민만 실명 인증 절차를 거쳐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을 만들 수 있었는데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거래 가능액이 가장 낮은 비실명 전자지갑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은 개인정보 인증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일일·단일 거래액 한도에 차이를 둔다.
한도가 가장 낮은 것이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개통할 수 있는 4단계 비실명 전자지갑인데 그간 중국에서는 극소수 시험 대상만 비실명 전자지갑 사용이 가능했고 대부분 시험 참여자들이 실명 확인을 거쳐 은행 계좌와 연동된 2단계 이상 등급의 전자지갑을 쓰고 있었다.
중국이 특별한 제한 없이 외국인에게까지 비실명 전자지갑 가입을 허용한 것은 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여러 대도시에서 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디지털 위안화 공개 시험을 진행해왔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 국제 무대 데뷔 장소로 삼으려 한다.

관영 통신인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3일부터 베이징 올림픽 장소에서 선수단과 취재진 등 외국인 대회 관계자들에게도 디지털 위안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선수촌과 경기장의 편의점, 식당,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곳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이 깔린 가운데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의 디지털 위안화 앱 또는 카드나 손목 밴드 형태의 '하드 월렛'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다.
선수촌 곳곳에는 자판기처럼 생긴 무인 환전기가 설치됐는데 선수들은 여기서 달러화 등 외화를 넣고 위안화 현금뿐만 아니라 디지털 위안화로도 교환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를 쓰는 방식은 겉으로 보면 중국에서 보편화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산다면 스마트폰 속 디지털 위안화 앱을 켜고 큐아르(QR)코드를 활성화해 계산대 점원에게 보여주면 된다. 그러고 나면 점원이 스캐너로 QR코드를 비춰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드 월렛의 경우 계산대의 기기에 접촉하면 잔액에서 물건값이 빠져나간다.
다만 올림픽 현장에서 생소한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화사는 올림픽 현장 내 디지털 위안화 보급 현황을 전한 홍보성 기사에서 중국인 자원봉사자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편하게 잘 쓰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외국 인사들은 기존 올림픽의 관례대로 대부분 현금이나 비자 카드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고 전했다.

◇ 알리바바·텐센트, 디지털 위안화 보급 앞장서며 '충성 경쟁'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디지털 위안화의 데뷔 성적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대외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기 위한 목적에서 디지털 위안화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비트코인과 정반대의 중앙집중 철학에 기반한 디지털 위안화는 100%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경제·사회 통제권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외부의 경계 섞인 시선을 의식해 소매 결제 편의 도모 등 '내부 필요' 충족 차원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투융자연구센터 주임 황궈핑(黃國平)은 작년 잡지 은행가(銀行家)에 실은 논문에서 "디지털 위안화 출현을 계기로 국제 통화 및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화의 주도적 지위가 약해질 수 있어 위안화 국제화에 동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이 국제 결제·청산 시스템 통제권을 이용해 부당하게 내린 제재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나라 안팎에서 디지털 위안화 보급 속도를 더욱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자국 내 주요 앱 장터에 디지털 위안화 앱을 공식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일반인들의 디지털 위안화 앱 설치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의 강력한 인터넷 규제가 일상화한 가운데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 등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오랜 시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구축한 사업 생태계를 디지털 위안화 보급 채널로 활용하도록 하면서 앞다퉈 '충성심'을 보인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미 오프라인 상점 외에도 징둥과 알리바바 계열 전자상거래 분야,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차량공유 분야, 메이퇀 등 음식 배달 서비스 분야, 트립닷컴 등 항공·여행 분야, 비리비리(Bilibili·????) 등 영상 분야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디지털 위안화 사용 가능 장소는 각각 2억6천만개, 800만곳을 넘겼다. 누적 거래액 역시 875억(16조원)을 넘겼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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