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인권갈등' 집중된 신장 출신 이라무장 발탁한 배경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최종 주자로 서방의 인권 공세가 집중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출신 선수를 내세웠다.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디니거 이라무장(21·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9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 중국 선수로는 처음 국제스키연맹(FIS) 주최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메달(은메달)을 딴 유망주다. 스키 노르딕 복합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중국 선수로 등록된 동갑내기 남자 선수 자오자원과 함께 4일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라무장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아러타이(阿勒泰)시 출신의 위구르족이다.
이른바 '링링허우(零零後·중국의 2000년 이후 출생자)'로서 그동안 중국의 '불모지'였던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는 점은 이번 대회 슬로건인 '함께 미래로'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회 주최측이 무명에 가까운 이라무장에게 최종 주자의 영예를 안긴 데는 그가 신장 출신이라는 사실이 고려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는 홍콩, 대만 문제와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으로 꼽힌다.
미국이 이번 대회에 정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유로 든 것도 신장 인권 문제였다.
작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신장 제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중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은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 및 강제 재교육 시설 운용 의혹을 제기하고, 중국은 이를 반박하면서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할 때 중국 측은 위구르족 선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춤으로써 신장 인권을 명분으로 한 미국, 영국 등 서방 일부 국가들의 올림픽 외교 보이콧에 맞대응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이라무장이 당장 5일 베이징 밖인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에서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15km 종목에 출전해야 한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선수 컨디션 조절 측면을 감안할 때 밤늦게까지 베이징에서 국가적 중대사에 '주연'으로 나선 뒤 다음날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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