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리아 식당가 다시 '북적'…"코로나19와 같이 사는 수밖에"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이 사는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 변이가 빨리 퍼지긴 했지만 그만큼 또 빨리 줄어들었다."
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상업지구인 캐피털 호텔 부근의 한 갈빗집에서 자신을 브라이언(42)이라고 밝힌 직원은 지난해 11월 하순 오미크로 변이가 처음 보고된 이후 지난 두어 달간의 상황 변화를 이같이 묘사했다.
한국이 4일부로 남아공 등 아프리카 11개국을 방역 강화대상국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남아공 현장을 미리 여기저기 둘러봤다. 아프리카발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한국 입국 금지가 풀리고 내국인 격리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단축된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14년간 남아공에서 생활한 브라이언은 오미크론 감염파동과 함께 연말연시 여행시즌을 거쳐 줄어든 손님 수도 1월 하순부터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증상이 더 심한 델타 변이 유행 당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오미크론 유행 때는 중증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상당히 찾아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내 한 테이블에는 8명 이상의 단체손님이 와서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편히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말 전날인 이날은 주로 식당 바깥 테이블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 근처에 사는 한 공관원은 요즘 주말이면 식당 안 자리까지 손님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40분 정도에도 인근 식당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손님들이 아직 상당수가 남아 있었다.
다만 식당 인근은 전력공급난에 따른 순환단전(로드셰딩) 때문에 자체 발전기가 있는 BMW 자동차 대리점이나 주유소를 빼고 신호등이 다 꺼져 적막강산이었다.
식당 안에서도 정전이 되자 손님들이 오히려 손뼉을 치면서 몇 분 후에 불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촛불이 자리를 밝혔다.
프리토리아의 신흥 상가 캐슬게이트의 경우 최근 평일에도 낮부터 식당엔 손님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2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붐비는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은 국제선도 비교적 활발히 재개된 상황이었다.
11월 하순 남아공이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하자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속속 빗장을 걸어 잠그며 유럽 등 국제선 출국장이 썰렁하고 카타르항공 등 체크인 카운터가 아예 문을 닫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남아공과 주변 아프리카 나라에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을 수십억 원 대 수입 판매한 공로로 4일 한국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수출 유공자 표창을 받은 요하네스 크리스티안 스톨츠 아이렉스 대표는 남아공인들이 더는 오미크론 변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의견을 들어본 몇몇 프리토리아 시민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절성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는 것일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남아공 국민의 60∼80%가 혈청검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듯 기자 집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오미크론은 물론이고 델타 변이까지 다 감염됐다가 회복한 상태였다. 나이가 많은 지인과 친구 중 감염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 비교적 초연한 입장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달 31일 무증상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격리를 중단하고 유증상 확진자의 격리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현재 총 5단계 중 가장 낮은 1단계에 있는 봉쇄령을 더 완화하면서 학교도 정상 등교로 복귀하고 교내 학생 간 1m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조항도 삭제됐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도 4일 교민사회 코로나19 상황실 소셜미디어(SNS) 공지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개된 대사관 코로나19 소식지는 남아공 등 겸임국 모두 방역강화 대상국에서 제외되고, 나라별 입국규제도 완화되었으며, 직항편 운항 재개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발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로 주간지로 나온 대사관 소식지는 이날 114호까지 발간됐다.
다만 변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변이 식별이 잘 안 되는 소위 '스텔스 오미크론'이다. 남아공에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지만, 증상 자체가 더 심하지 않은 편이고 추가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큰 재감염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2월 중순 3만7천명대까지 치솟던 남아공 하루 신규 확진자는 4일 현재 2천782명이고, 검사자 중 양성 비율은 8.9%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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