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IS수괴 제거 전말 보도…"작전중계 백악관 상황실 적막·긴장"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를 제거하기로 결정하는 과정부터 폭사에 이르기까지 백악관은 수개월 동안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작전을 최종 승인했고, 2일 작전 수행중에 알쿠라이시가 결국 폭사했으며, 미 당국은 그의 DNA까지 확인한 3일 오전에서야 IS 수괴 제거 사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 작년 12월 은신처 확인…IS 수괴, 두문불출 택배로 IS에 명령
미국이 시리아 북서부 한 건물에 알쿠라이시가 은신해 있다고 확신한 시점은 작년 12월이었다. 참모들은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급습 방안을 브리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몇 가지 옵션을 제공했다. 생포도 고려했지만 사살이 불가피할 가능성 역시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민간인 및 미군 사상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미 정보 및 군 당국이 수개월 간 해당 건물을 감시한 결과 알쿠라이시가 사는 건물에 어린이를 비롯한 다수 민간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쿠라이시가 의도적으로 그런 장소를 택했다고 봤다. 민간인 희생 없인 자신을 잡기 어렵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여성과 아이들로 '보호막'을 쳤다는 것이다.
3층에 거주하던 알쿠라이시는 기도를 위해 옥상에 올라가는 것 외에는 두문불출했다. 그는 IS 전사들에게 명령을 전할 땐 택배에 의존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미군 13명이 숨진 데다가 드론 오폭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며 큰 비난을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WP는 "취임 후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숨진 미군의 정확한 숫자를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닌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 뒤로 몇 주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군 지휘부는 알쿠라이시를 급습할 정확한 시기와 방법을 놓고 수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군 지휘부는 해당 건물 모형까지 만들어와 바이든에게 브리핑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해당 지역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었고, 미군이 그곳에 가기 위해선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영공을 통과해야 했다.
WP는 "미국은 러시아에 사전 경고를 안 했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돌 방지 채널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오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공습이 아닌 지상 작전으로 방향을 선회하라면서 작전 임무를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전 성공 사실을 알리는 전날 연설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습이 아닌 특수부대 급습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W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기 위해 해군 네이비실 팀을 보낼지를 논의했던 2011년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빈 라덴이 실제로 파키스탄에 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미군 희생 위험을 우려해 급습을 반대했다.
나중에 바이든은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당신의 직감을 따르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오바마는 급습을 승인했고 작전 성공은 오바마의 치적으로 남았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는 저서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우려는 작전 실패에 따른 정치적 결과"라고 썼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과 희생을 초래한 상황에서 이번 작전 역시 실패하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막다른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 실시간 작전중계 상황실 '적막·긴장감'…자폭 후 DNA 확인 거쳐 발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 5시 백악관 상황실로 향했다. 미 특수부대의 알쿠라이시 제거 작전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상황실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론 클레인 비서실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브렛 맥거크 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리즈 셔우드-랜달 국토안보보좌관, 낸시 맥엘도니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모였다.
오스틴 장관 등 최고위 국방 관리들도 국방부에서 별도로 모니터를 지켜봤다.
한 고위 당국자는 "상황실이 매우 조용했고, 긴장됐다"고 했다. 일부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였다.
마침내 특수부대가 은신처 앞에 도착했고 부대는 확성기로 건물에 있던 일반인 가족들에게 건물을 빠져나오라고 알렸다. 긴장감에 억눌렸던 상황실은 건물 1층에 있던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어린이 8명을 포함해 10명이 대피했다.
그러나 잠시 후 건물 3층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알쿠라이시가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이로 인해 그와 아내, 두 자녀가 숨졌다.
WP는 "그의 전임자도 그렇게 죽었기에 미 당국은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군은 심지어 그런 폭발이 건물 붕괴로 이어질지 여부를 기술자들에게 조사하도록 했다. 결론은 폭발이 있어도 해당 층만 파괴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미군 헬기 한 대가 기계 결함을 일으켜 결국 헬기를 파괴하는 장면도 봤다.
급습이 이뤄지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얼마나 오랜 기간 IS와 싸워왔는지를 얘기하며 부통령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알쿠라이시는 지난 대선초부터 우리의 목표물 리스트에 있었다"고 말했다.
작전이 종료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그날 밤 내내 설리번 보좌관한테서 상황 보고를 받았다. 현지 특수부대 요원들은 얼굴 인식을 통해 알쿠라이시의 신원을 확인한 뒤 지문으로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DNA를 통한 최종 확인 과정을 거친 다음 날 오전 7시가 넘어서야 IS 수괴 제거 사실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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