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항 줄면서 새들이 공항 차지해 안전 위협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털고 최근 운항을 본격 재개하려 하고 있는 항공업계가 조류 충돌이라는 복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줄면서 새들이 공항을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항 책임자들과 항공 안전 전문가, 야생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 민간항공국 소속 조류학자로 2020년 7월 조류 충돌 증가에 따른 유럽 공항 안전 관련 보고서를 공동 출간한 마르타 조르다노 씨는 드넓은 녹지가 있는 공항은 야생동물에게는 매력적인 장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기 운항이 줄면서 더 조용해진 덕분에 새들에게는 공항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들은 특히 오랜 기간 비워진 작은 활주로 주변에 모여들었고, 심지어 멈춰 서 있던 비행기 꼭대기나 엔진 속, 탑승교, 계단 등지에도 둥지를 틀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는 거위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서는 갈매기들이 연신 이착륙을 반복하고 있다. 인도 남부 방갈로르 공항에서는 솔개들이 조종사들을 방해하고 있다.
영국에 있는 조류충돌 방지 전문 기업의 필 마운틴 이사도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조류 충돌로 인해 중대 사고가 증가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몸집이 큰 조류들이 항공기와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의 야생동물 자문역인 리처드 돌비어 씨는 미국 전역에서 개체 수가 늘고 있는 흰머리 독수리와 항공기가 충돌한 사례가 2019년과 2020년 각각 35건에서 지난해 44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스피리트항공 소속 여객기가 애틀랜틱시티 국제공항을 이륙하다 엔진에 흰머리 독수리가 빨려 들어가 엔진 날개가 심하게 망가졌다. 이 비행기는 이륙을 포기했고 승객들은 비상탈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야 했다.
각국이 앞다퉈 항공기 운항을 금지해 대륙 간 이동이 급격히 준 유럽에서도 조류 충돌은 띄게 늘었다.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ASA)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유럽에서의 조류 충돌 건수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5%나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이상 늘어, 항공기 운항 100만 건 당 240.8건을 기록했다.
EASA의 항공 안전 책임자인 존 프랭클린 씨는 "조류 충돌 발생 건수는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항공 관계자와 조류 충돌 방지 전문가들은 항공기 운항이 줄자 각 공항 당국이 조류 충돌 방지 예산을 삭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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