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우크라이나, 전쟁 저지에 '필사적'

입력 2022-02-07 11:58   수정 2022-02-07 17:06

'백척간두' 우크라이나, 전쟁 저지에 '필사적'
전쟁 위험 수위 낮추며 외교 해결 모색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기대…4개국 정상회담 추진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대치가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토가 전장이 될 위험에 빠진 우크라이나가 전쟁 저지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세는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위태롭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것이라면서 연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전투력의 70%를 국경지대에 배치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하면 수일 내로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100만∼50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해 인근 폴란드로 밀려들어 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주변의 군사력 대치 상황은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 지역에 약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며 동·남·북 3면을 포위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2월에 걸쳐 발트해, 흑해, 북해, 태평양 함대 등 해군 모든 함대의 책임 구역에서 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해군이 한꺼번에 훈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러시아군 기계화부대에 연료를 보급하는 부대가 크림반도와 가까운 러시아 크라스노드에서 목격되고 물류·의료지원 부대도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로 옮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가 자국 곳곳에서 부대를 동원했고 심지어 북한 접경지역까지 뻗은 동부군구(區)마저 사실상 비워져 병력 대부분이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자국 병력 3천명을 우크라이나 서쪽 접경국인 동유럽에 배치하기로 했다. 주로 미 육군 최정예 부대 82공수사단으로 구성된 2천명은 폴란드에, 독일에 주둔해온 미군 1천명은 루마니아에 배치될 예정이다.
추가 배치된 병력은 미군의 지휘를 받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하면 지원에 나서게 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현재 각각 4천명과 9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이와 별도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4일 병력 8천500명에게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달 중순 안에 우크라이나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유럽에 병력을 증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과 나토가 잇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쟁 위험을 낮게 평가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모색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언론 회견에서 서방에 위기감 조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서방 지도자들은 내일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협은 불안정한 국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접경지대에 러시아군 10만 명가량이 배치된 상황을 두고 "작년 봄에 비슷한 규모의 병력이 배치됐을 때와 비교해 더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로울 게 뭐가 있나. 8년 동안 겪어온 현실 아닌가. 침공은 2014년 시작되지 않았나. 과연 대규모 전쟁 위협이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은 전부터 있었다. 더 커지지 않았다. 이를 둘러싼 흥분이 커졌을 뿐이다"라며 전쟁설을 애써 잠재웠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침공할 위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전쟁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전쟁설을 진화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우방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영국, 터키 정상과 잇따라 대화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외교적 지원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사태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자국에 대한 추가 지원을 호소한다.
특히 전쟁 위기의 당사국으로 외교적 해결이 간절한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개국이 참여한 회담을 일컫는다.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들 4개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 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휴전협정을 재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이 성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을 존중하고 4개국이 2주 안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 협의를 이어간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안으로 노르망디 형식 회담이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4개국 고위급 회담에서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 날짜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방 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 터키는 기꺼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이나 실무 회담을 주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 관계여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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