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동맹 수준으로 묶인 중러, 우크라이나 공조 주목

입력 2022-02-07 12:19  

準동맹 수준으로 묶인 중러, 우크라이나 공조 주목
시-푸틴 회담후 공동성명서 전방위적 반미 안보공조 의지
北미사일 즉각 공조…"우크라 위기 지속시 中 대러 경제지원 가능성"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조준형 특파원 = 반미를 공통분모로 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공조가 점점 강력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방위적 공조 의지를 다진 양국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실질적 대응을 무력화하면서 '결속력'을 선보였다.
이어 전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두 나라가 어떤 공조를 하게 될 것인지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 나토·오커스·미사일 등 대미 갈등 현안서 서로 가려운 곳 긁어준 중러
지난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그야말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을 겨냥한 중국과 러시아의 준(準) 동맹 체결 조약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고 메시지가 선명했다.
'신시대 국제관계와 지속가능한 글로벌 발전에 관한 중국과 러시아 공동성명'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비록 상대의 분쟁에 개입한다는 명시적 문구는 없지만 "서로의 핵심 이익과 국가의 주권, 영토의 완전함을 상호 확고히 지지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양국 국정에 외부 세력이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세가 양국 공동의 주변 지역(중러 주변 지역의 교집합) 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한 대 호주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 아태 및 유럽에서의 미국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유럽 안보 이슈에서 러시아를, 러시아는 아태지역 안보 현안에서 중국을 확고히 지지했다. 구체적으로 국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두 나라의 '공적'은 두말할 것 없이 미국이었다.
또 정상회담 계기에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극동 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도 경제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의 의미가 컸다.
미국 및 서방과의 갈등이 다른 차원으로 올라감으로써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막히고,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두 나라 간의 상호 의존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아태 지역 최대 동맹국인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우려 표명에도 뜻을 같이했고, 주요 20개국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 기구에서의 공조 의지도 재확인했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소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국제질서를 '다극화'해야 한다는 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완전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며 "중러는 미국과 맞서는 문제에서는 전략적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러-우크라 모두와 긴밀한 중국, 우크라 유사시 대러 경제지원 가능성…군사 지원은 불투명
2년여만의 시진핑-푸틴 대면 정상회담에서 다진 중·러 간 결속은 곧바로 4일(뉴욕시간) 뉴욕에서 이뤄진 유엔 안보리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논의에서 확인됐다.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데 대한 비공개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종료됐다.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멤버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대북 규탄 또는 제재 추진을 사실상 봉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중, 미·러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북한이 무력 시위 단계를 높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일종의 '레드라인'을 돌파할 경우에도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안보리 대응이 무력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간 공조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쏠린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만약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전략적 대가를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중국이 이를 지원할 경우 중국 역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나토 확대에 반대하며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유사시 대 러시아 지원 문제에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큰 틀에서 미국과의 갈등 속에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쪽과 모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우크라이나가 중국의 중요한 무기·식량 수출국인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밀착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낀 것은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2013년 중국에 옥수수를 수출하기 시작한 우크라이나가 2019년 중국의 최대 옥수수 수입국이 됐으며, 중국이 수입하는 옥수수의 약 80%가 우크라이나산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중국은 2019년 러시아를 제치고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국이 됐으며 우크라이나로부터 군사 기술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일례로 1998년 중국 사업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옛 소련 항공모함의 미완성 선체는 훗날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중국으로선 자신에게 집중되던 미국의 전선이 러시아로 쏠리고 있는 상황 자체는 즐길 수 있지만 중요한 국내 정치 및 국제 이벤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미중 간 군사적 분쟁은 달가울 리 없어 보이는 것이다.
당장 20일까지 열리는 동계올림픽과 내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베이징패럴림픽, 3월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걸린 하반기 당 대회 등 중요 일정들을 앞두고 있다.
엄구호 소장은 "중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긴 했지만 국제법을 들어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며 "미국과 여러 현안에서 맞서 싸워야 하는 중국으로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법 문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다만 중국은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가 강화될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량과 교역량을 늘리고, 기존에 합의해놓고 이행하지 않은 인프라 투자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방식으로 배후에서 도와줄 수 있는지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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