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10년 전 처음 등장한 기후불안 치료, 빠르게 확장 중"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기후 불안'이 심리치료의 한 영역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신을 기후문제에 관심이 많은 워킹맘으로만 생각했던 앨리나 블랙(37)은 기후변화 걱정이 점점 커지면서 점점 많은 시간을 기후 관련 어두운 뉴스를 찾아 읽는 데 할애하고 아기 기저귀나 과대 포장된 스낵을 구입하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욕조에 있는 플라스틱 장난감과 아기 기저귀까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나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심해지는 불안 증세에 상담 치료에 나섰으나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다가 6개월 전 '기후 불안'을 검색하다가 포틀랜드에 있는 기후전문 심리학자 토머스 J. 도허티 박사를 발견하고 그와 상담을 시작했다.
여러차례 상담을 했지만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던 작년 여름 어느날 '세상이 정말 망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토로하던 그의 말을 조용히 듣던 도허티 박사는 온난화 데이터가 암시하는 기후변화 속도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빠르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블랙은 "(도허티 박사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도 미래에 여전히 좋은 날이 있을 것이고, 당신 자녀들에게도 좋은 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전문가들과의 상담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도허티 박사와 상담할 때 가슴 속의 매듭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후 불안 치료는 도허티 박사가 10여 년 전 우스터대학 수전 클레이튼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이들은 당시 기후변화가 그 영향을 직접 받는 사람들 뿐 아니라 관련 뉴스나 연구 정보를 읽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은 당시에는 검증되지 않은 추측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기후 불안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방법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는 거의 없지만 기후 불안 치료에 대한 회의론은 사라지고 이 분야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환경 불안(eco-anxiety)은 주류 어휘에 포함이 됐고, 전문가 단체들까지 실존적, 이성적 불안으로 간주되는 이 증상에 대한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허티 박사에게도 블랙과 같은 불안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이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
기후 불안으로 때때로 침대에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공황장애를 겪는 18세 학생부터 손주들을 볼 때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이는 69세 빙하 지질학자, 친구들의 소비행태에 좌절감을 느끼는 50대 남성까지 그의 상담치료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후 불안을 특정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저항도 있다.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여전히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도 테러나 학교 총격 같은 다른 위협에 의한 불안과 임상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기후운동가들은 기후 불안을 진정시키거나 치료해야 할 일종의 사고 기능 장애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기후 불안이 실제로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달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6∼25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10개국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기후에 대한 걱정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4분의 3은 '미래가 두렵다', 56%는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우스터대학 클레이튼 박사는 "기후 불안이 젊은이들의 신뢰에 미치는 타격은 핵전쟁 같은 이전의 위협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도 큰 문제에 직면했었지만, 기후 변화는 실존적 위협으로 묘사되고 있고, 근본적 방식으로 사람들의 안전 의식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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