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뇌관' 밟은 현대차·기아…인도서 불매 운동 조짐(종합)

입력 2022-02-07 19:04  

'카슈미르 뇌관' 밟은 현대차·기아…인도서 불매 운동 조짐(종합)
파키스탄 대리점 '카슈미르 자유 지지' 글 올려…인도 네티즌 발끈
현대차 "애국심 존중" 진화…혼다 등도 비슷한 글 올렸으나 현대차만 '타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을 달리며 선전하던 현대차와 기아가 민감한 분쟁지 이슈에 엮이면서 온라인 불매 운동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7일(현지시간) 인도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등에 따르면 일부 인도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에 '#보이콧현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현대차·기아 불매 운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현대파키스탄', '기아 크로스로드-하이데라바드' 등 파키스탄의 SNS 계정에서 올라온 글을 문제 삼았다.
'현대파키스탄'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우리 카슈미르 형제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지하자"며 그들은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기아 크로스로드-하이데라바드'도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카슈미르의 자유를 위해 우리는 단합한다"고 밝혔다.
이런 게시물은 파키스탄의 국경일인 '카슈미르 연대의 날'(5일)을 맞아 올라왔다.
현대차 인도법인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은 현지 대리점 측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파키스탄에서 현대니샤트 등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공식 법인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게시물 내용이 알려지자 인도에서는 '현대차가 파키스탄을 지지한 것'이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
네티즌 CA 아슈토시 소니는 "한 달 전 현대차 베르나를 사려고 예약했지만 현대파키스탄의 게시물을 보고 이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남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카슈미르는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독립 후 군사 충돌과 소요가 가라앉지 않는 지역으로 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쟁지로 꼽힌다.
양국은 카슈미르에서 몇 차례 전쟁까지 치른 후 지금은 정전 통제선(LoC, Line of Control)을 맞댄 채 각각 인도령 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양국은 카슈미르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수시로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인도령 카슈미르는 인도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슬림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 지역으로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반감이 큰 곳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독립이나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의 테러도 빈발한 상황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현대차 인도법인은 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현대차는 25년 이상 인도 시장에 헌신해왔다"며 애국심을 존중하는 강한 기풍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현대차는 이어 "인도는 제2의 고향"이라며 "인도와 그 국민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트위터 게시물도 현재 삭제된 상태다. 현대차 측은 이번 게시물을 올린 대리점 측에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도 네티즌은 현대차가 카슈미르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며 계속해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일부 인도 언론과 정치인도 현대차가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의 뜻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현대차에 대한 공격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현대차만 억울하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키스탄에서 영업 중인 혼다, 스즈키GM 및 여러 중국 자동차 업체도 최근 SNS에 카슈미르 연대와 관련한 글을 올렸지만 인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경우 SNS 팔로워 수가 다른 업체보다 월등히 많다"며 "온라인 상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기업이다보니 이번 카슈미르 이슈와 관련해서도 네티즌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 인도법인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1천240만명으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5만3천명)나 인도 자동차 업체인 타타모터스(40만5천명)보다 훨씬 많다. 트위터 팔로워 수도 현대차 인도법인은 85만9천명인데 비해 마루티 스즈키와 타타모터스는 각각 15만9천명, 26만8천명에 그치고 있다.
1998년 9월 남부 첸나이 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지난해 6월에는 인도 시장에서 누적 1천만대 생산 기록을 세우는 등 현지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인도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뒤늦은 2019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장 점유율 5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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