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의학자,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조명한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은 중앙정보국(CIA) 음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60년 동안 추적해 온 법의학자 시릴 웨트(90)박사는 최근 저서 'JFK 암살을 해부하다'(The JFK Assassination Dissected)에서 암살범으로 지목됐던 리 하비 오스왈드는 1953년부터 1961년까지 CIA 국장을 지낸 앨런 덜레스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케네디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61년 4월 CIA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을 동원해 벌인 '피그스만 침공 작전'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케네디 대통령은 그 책임을 물어 덜레스 국장을 해임했다.
당시 덜레스 국장은 67세로 케네디 대통령보다 나이가 스무 살 많았다.
웨트 박사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왈드가 "어떤 측면에서 CIA 첩자였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덜레스는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한 데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 했다"면서, 덜레스는 이후 암살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은 워런위원회 위원장이 돼 사건의 내막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케네디 대통령은 CIA가 하는 무모한 일들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 덜레스를 해임했는데, 덜레스가 사건에 대한 조사 책임자가 됐다"며 "의혹이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다 목과 머리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사건 당일 오후 미 해병대 출신인 오스왈드가 범인으로 체포됐지만, 그는 이틀 뒤 경찰들에 둘러싸인 채 호송되는 도중 현지 사업가로 알려진 잭 루비의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워런위원회는 이듬해인 1964년 오스왈드를 단독범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장 정황과 맞지 않는 등 많은 의혹을 낳았다.
웨트 박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60년을 매달렸다"며 "내가 보고 듣고 행한 모든 것들,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싶을 뿐이고, 지금이 바로 그 때"라며 책 출간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금도 우리의 35대 대통령이 어떤 외톨이 총잡이의 단독 범행으로 숨졌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여전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표시했다.
CIA 연루설 등 음모론이 난무하는 케네디 암살은 지금도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주제다. 일생을 바쳐 이 사건에 천착한 뒤 워런위원회의 공식 발표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한 이들이 웨트 박사 외에도 여럿이다.
워런위원회 보고서를 전면 부정하고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 뉴올리언스 지방 검사 짐 개리슨도 그중 한 사람으로, 할리우드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개리슨 검사 역할을 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가 1992년 제작되기도 했다.
한편 오스왈드 살해 현장에서 체포된 잭 루비는 살인죄로 복역하다 1967년 1월 55세로 옥사했고,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덜레스 전 CIA 국장도 2년 뒤인 1969년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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