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해제는 이란의 양보못할 요구"…8일부터 빈 회담 재개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정권 최대 행사인 이슬람 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이란이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서의 공이 미국 측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43년이 지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권익이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무부는 "미국의 대이란 '최대 압박'의 결과는 비참한 실패로 입증됐다"며 "40년간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오스트리아 빈 협상에서 공은 미국의 코트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왕정에서 반미 신정일치 정권으로 통치 체제가 급변했고, 그해 11월 벌어진 444일간의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단교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핵협상에서 이란의 '양보 못 할 요구'는 제재 해제와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보장받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치적 결단 외에는 다른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민간분야 핵 활동에 대한 일부 제재 면제를 복원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란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치였다"며 평가절하했다.
지난 4일 미국은 외국 정부·기업이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아라크 중수로,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 관련 민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제재 면제 복원은 이란 핵합의로 상호 복귀하는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그간 각국에 돌아가 논의를 마친 핵협상 대표단이 오는 8일 빈에 다시 모여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P5+1'(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국가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국제적 약속이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동결 또는 축소하고, 서방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부활하자 이란도 이에 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하는 등 핵 활동을 재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합의 복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의지를 보였고,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간접 대화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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