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까지 병원 잡부였던 美작가 헨리 다저…사후 상속권 논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예술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인의 작품을 의미하는 '아웃사이더 아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작가의 유산이 상속권 분쟁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미국 예술가 헨리 다저의 친척들이 지난달 일리노이주(州) 상속법원에 다저가 남긴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작품들은 병원 잡부로 일했던 다저가 사망하기 전까지 40여 년간 거주했던 셋방 주인 키요코 러너가 관리하고 있다.
1973년 사망한 다저는 생전에는 작품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사망 1년 전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긴 뒤 집주인인 러너 부부가 셋방을 가득 채운 작품들을 발견했다.
직접 타이핑한 1만5천 페이지 분량의 소설과 손으로 써 내려간 1만 페이지 분량의 소설, 소설과 관련된 수백 장의 삽화들이 각종 잡동사니와 함께 보관돼 있었다.
소설은 어른이 어린이를 노예로 삼는 가상의 세계에서 발생한 반란에 대한 것이었다.
평생 외톨이로 지냈던 다저는 홀로 머릿속에서 그린 세상을 60년에 걸쳐 글과 그림으로 옮겨놨다. 소설 내용을 담은 삽화 중에는 10m 길이의 수채화도 포함됐다.
당초 다저의 방을 정리한 뒤 새로 세입자를 들일 계획이었던 집주인은 다저가 남긴 작품의 예술적 가치에 주목했다.
유명 사진가였던 집주인은 작품을 정리한 뒤 1977년 첫 전시회를 열었고, 다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발표했다.
평생 고독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다저의 예술세계는 그의 사후에야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을 포함해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다저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그가 종이에 남긴 삽화 한 장은 74만5천 달러(한화 약 8억9천만 원)에 팔렸다.
NYT는 현재 그의 작품이 최고 8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집주인인 러너 부부가 다저가 남긴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다.
다저가 생전에 작품을 양도했다는 것이 집주인 측의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저는 정신 건강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양도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다저 작품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친척들은 50여 명이지만 가까운 친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는 8세 때 양육원에 맡겨진 뒤 고아가 됐고, 친척들과 왕래도 없었다.
변호사인 엘리사 웨스트비는 "법원이 상속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저가 먼 친척들과 사이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저의 사망과 함께 버려질 운명이었던 작품들의 가치에 주목해 세상에 발표한 집주인에게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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