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로드맵 완성 뒤 올해 말 예정…쁘라윳 총리는 지난달 사우디 방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왕실보석 절도' 사건으로 파탄을 맞았던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외교 관계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있다.
8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올해 말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돈 쁘라뭇위나이 외교장관이 전날 의회에 출석해 밝혔다.
돈 장관은 빈살만 왕세자의 구체적 방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양국간 상호 협력 재개의 로드맵이 완성되고 난 뒤라고 설명했다.
양국 협력 로드맵과 관련, 에너지와 노동 분야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돈 장관은 덧붙였다.
빈살만 왕세자의 태국 방문은 지난달 25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사우디를 찾은 데 대한 답방 성격이다.
태국 정부 수반이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것은 1989년 '블루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으로 외교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뒤 3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외교 파탄은 그해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일하던 태국인 관리인이 50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천만 달러(약 238억원) 어치의 보석들을 훔쳐 태국으로 달아난 사건으로 시작됐다.
이 블루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 중인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이들 보석을 회수하기 위한 여러 조처를 했지만, 보석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특히 사우디는 1990년 보석 회수를 위해 방콕에 3명의 외교관을 보냈으나 조직적인 암살 작전에 말려 살해됐다. 이후 파견된 왕실 자문관도 실종됐다.
이들 사건 역시 미제로 남아 있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우디는 보복 조치로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더는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또 사우디인의 태국 방문을 금지하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내 취업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이로 인해 20만명 가량의 사우디 내 태국 노동자들은 추방됐다.
보석을 훔친 태국인은 태국 경찰에 자수한 후 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5년 복역 후 풀려났다. 그는 2016년 승려가 된 뒤 현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태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들도 이달 말 사우디를 방문,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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