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자 배석, 통제 있는 듯"…IOC는 즉답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중국 고위 관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자취를 감췄던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가 최근 서방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성폭행 피해를 번복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 관계자도 함께 자리한 인터뷰에서 과연 펑솨이가 제 목소리를 낸 것이 맞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AP통신은 여전히 펑솨이의 안위와 그간의 경위에 대해 우려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며 "인터뷰 형식상 성폭행 폭로와 이후 경위를 파고드는 데 제한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8일 보도했다.
앞서 펑솨이는 작년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뒤 자취를 감춰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지난 7일 공개된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는 "어느 누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성폭행했다고 말한 적 없다"며 "난 사라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중국올림픽위원회 관계자가 배석해 통역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통신은 레퀴프가 공개한 인터뷰 전반을 톺아보며 펑솨이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터뷰에서 펑솨이는 "내 SNS 게시물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더는 그 의미가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왜 이 게시물을 SNS에 삭제했냐는 질문에는 "내가 원해서 지웠다"라고 짧게 답했다.
왜 그가 최초 게시물을 작성했는지와 같은 핵심 질문과 답변은 인터뷰 중에 나오지 않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아울러 펑솨이는 게시물을 올린 후 중국 당국과 마찰이 있었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모든 개인적 감정과 스포츠, 정치는 명백히 분리되는 세 분야"라면서 "내 연애 문제, 개인적 삶은 스포츠나 정치와 엮여서는 안 된다"고만 했다.
펑솨이의 폭로 후 가장 강경하게 중국 정부를 압박해왔던 세계여자프로테니스(WTA)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번 인터뷰는 펑솨이의 첫 SNS 게시물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지는 못한다"면서 "WTA는 관련 당국이 나서 성폭행 혐의를 공식 조사하고, 펑솨이를 개인적으로 면담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마크 애덤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기자회견 중 펑솨이가 인터뷰에서 자유롭게 말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그는 "IOC가 (인터뷰에 대해) 한쪽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에 대한 판단은 IOC의 소관이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
IOC는 작년 말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의 두 차례 영상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그가 안전하다고 세계를 안심시키려 하는 등 WTA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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