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미중갈등에 중국계 미국스타 '영웅→반역자' 돌변"

입력 2022-02-08 10:43  

[올림픽] "미중갈등에 중국계 미국스타 '영웅→반역자' 돌변"
중국 인권문제 비판한 네이선 첸·빈센트 저우 냉대
마이클창·미셸콴과 딴판…"새 지정학 현실 속 충성 시험대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영웅 대접을 받던 중국계 미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대표적인 중국계 미국인 선수로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네이선 첸과 빈센트 저우를 꼽을 수 있다.
네이선 첸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연기할 때 배경 음악으로 중국인 발레리노의 일생을 담은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의 음악을 선택했다. 빈센트 저우도 지난해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으로 프리스케이팅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중국인의 지지는 싸늘하기만 하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빈센트 저우를 팔로우하는 사람은 약 2만9천명에 불과하며 네이선 첸의 팔로워도 9천여명 뿐이다.
반면 중국의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진보양의 웨이버 계정 팔로워는 150만명에 달하며 중국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의 남자 피겨 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의 웨이보 계정에도 180만명의 팔로워가 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WSJ은 이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아이스 댄스 선수인 에반 베이츠 조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대해 "인류가 구축한 기본 구조를 망가뜨리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이선 첸은 "에반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고, 빈센트 저우 역시 "우리는 에반의 감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의 발언은 배신과 위선이라는 비난과 함께 중국 내 SNS를 통해 퍼졌고, 많은 이들은 이들의 라이벌인 하뉴 유즈루를 지지하겠다는 반응을 낳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남자 테니스 스타 마이클 창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직후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전 세계 중국인들의 얼굴에 웃음을 줄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는 친선대사로 일하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미셸 콴은 2006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국빈 오찬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 언론에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스포츠·정치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포용에서 대립으로 전환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계 미국인 스타들은 한때 다른 역사와 세계관을 이어줄 문화 외교관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들의 충성심을 놓고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태다.
미국의 스포츠 환경이 달라진 것도 원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흑인 목숨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 스포츠 스타들은 젠더나 인권 문제와 같은 정치적 논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수전 브라우넬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교수는 "요즘은 스포츠 스타들이 정치적 문제에 입장을 취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며 특히 중국 인권 문제는 중국에 비판적인 미국 대중들에게 잘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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