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저명 법학자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微信·웨이신)에서 자신의 계정이 6번째로 삭제됐다며 시민권이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법대 교수는 지난 3일 인터넷에 올린 손편지에서 "지난달 위챗에 6번째로 계정을 만들었는데 삭제됐다"며 "위챗은 중국에서 일상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계정을 삭제하는 것은 친구들과의 온라인 대화를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과 쇼핑, 건강 코드 검색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민간기업 텐센트에 멋대로 고객의 계정을 삭제하는 강력한 권한을 안겨줬나"며 "텐센트의 야만적인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더 많은 피해자가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 이러한 위법 행위를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 교수는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난해 10월 위챗에 5번째 계정을 만들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화는 피해왔는데 올해 1월 8일 삭제됐다. 이후 6번째 계정을 만들었는데 1월 31일 또 삭제됐다"며 현재 7번째 계정을 만들었고 그 역시 삭제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허 교수는 최근 몇년 간 반대 의견으로 검열되거나 침묵 당한 진보적 지식인 중 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앞서 허 교수는 2020년 2월 17일 중국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판하면서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글을 손으로 써 위챗에 올렸으나, 글은 곧바로 삭제되고 위챗 계정도 폐쇄됐다. 그가 인터넷에 손으로 쓴 글을 올리는 것은 검열을 피하려는 의도다.
그는 당시 언론의 감시와 정보의 부재,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다며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국민은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깨닫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시 허 교수 등은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에 경종을 울린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를 비판하며 언론 자유를 요구했다.
그러자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곧바로 중국의 주요 소셜미디어 관련 기업에 감독기관을 설치해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며 단속에 나섰다.
당시 허 교수의 글을 공유했던 베이징대 동료 장취안판 교수도 위챗 계정이 사흘간 계정을 폐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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