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속 '또다른 화약고' 중국·대만 전략계산 몰두

입력 2022-02-08 11:42  

우크라 사태 속 '또다른 화약고' 중국·대만 전략계산 몰두
대만총통 "'강국의 그늘' 우크라에 동병상련"
중국, 결단력 시험대 오른 미국 동향 주시
"미국의 러시아 대응 약하면 중국 대담해진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중국과 대만이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신들에게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14년 러시아라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할 때도 크게 위기를 느끼지 않았던 대만이 현재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경우 힘으로라도 대만을 복속하겠다고 언명한 상태여서 우크라이나에서 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시 주석은 더 대담하게 행동할 것으로 대만 정부 관리들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적으로 양안 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만은 오랜 기간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당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또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이웃하는 대만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압도적 힘을 가진 나라의 그늘에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밝혔다.

중국은 1949년 대만에 국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대만을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만에게 있어서 미국이 중국의 침공을 막아줄 것이라는 전략적 가설의 시험대가 됐다고 밝혔다.
대만 여당인 민진당 중국국장을 지낸 라이이청 '프로스펙트 파운데이션' 이사장은 "만약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더 대담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의 영향력과 결단력의 시험대로 보고 있고, 일부 관측통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 충돌이 미국에는 일종의 위기이며, 대만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야심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재원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갈 것이라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유럽에서의 갈등이 지속되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곤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경책과 대만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더욱 증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 독립적인 정치 분석가로 통하는 우칭은 "어떤 점에서 대만은 애매한 외교적 위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보다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바티칸 외 13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의 군사력이 날로 증강되는 가운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들이 극히 적다는 것은 만일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 씨는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 민주주의로 돌아선 독립국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이와 비교해 "대만의 국가적 위상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가 양안 관계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놓고 대립하는 현실은 중국과 대만에 많은 것을, 특히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놓고 양측이 전략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논평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 비교해 군사력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인 대만에 수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하는 등 대만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해 왔고,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끌어들임으로써 러시아를 자극했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이유다.

며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과 나토의 동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시 주석의 지지를 얻어낸 것도 중국과 대만 간 오랜 갈등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였다.
두 정상은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외부 세력이 공동으로 접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해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나라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추가 확장을 반대하는 중국의 명백한 언질을 받아냈고, 푸틴 대통령도 대만은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성명은 또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미국과 영국이 함께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함대 건설을 돕기로 한 사실을 중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깊어지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조앤 오우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세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며 각국 선수들에게 환호하면서, 또한 중국의 인권 침해를 주시하고 있는 이때, 중국 정부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체주의적 확장을 획책함으로써 올림픽의 오륜이 지향하는 평화의 정신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인들과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를 경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영 매체들이 나토 회원국들 사이의 분열에 주목하면서 미국이 허약하고 우유부단하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대만과 필리핀, 일본, 한국 등 아시아의 친미 국가들이 위기 시에 미국의 외교·군사력에 의지하지 말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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