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오커스' 주역 호주, 중국 희토류 패권 견제 나선다

입력 2022-02-09 07:04   수정 2022-02-10 13:20

[이슈 In] '오커스' 주역 호주, 중국 희토류 패권 견제 나선다
희토류 광산 개발에 대규모 투자…"中 패권에 도전"
"현대 경제서 석유만큼 중요한 희토류" 무기화 경쟁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에 앞장서 온 호주가 중국의 희토류 시장 패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이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상황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약 2년간에 걸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호주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무기로 중국의 희토류 패권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호주, 희토류 광산 개발에 대규모 투자…"中 패권에 도전장"
지난해 기준 중국의 글로벌 희토류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중국의 점유율은 2017년 79.5%까지 높아졌다가 미국과 호주 등이 희토류 채굴량을 늘리면서 20%포인트가량 떨어졌지만 여전히 독보적이다.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 란타넘에서 71번 루테튬까지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 이트륨 2개를 더해서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전기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풍력발전용 터빈 등 첨단산업에 두루 쓰인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핵심 재료인 네오디뮴 수요가 크게 느는 추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희토류를 정치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 분쟁 당시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를 무기화해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중국과 서방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또다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앞장서 온 호주가 발 벗고 나섰다.
8일 호주 언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최근 호주 정부는 서호주 개스코인 지역의 양기바나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한 1억4천만 호주달러(약 1천2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승인했다.
호주의 희토류 기업인 헤이스팅스테크롤로지메탈이 추진하는 이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경우 헤이스팅스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희토류 수출업체가 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호주 최대 희토류 수출업체는 80억 호주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는 리나스 희토류다.
매튜 앨런 헤이스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에 "헤이스팅스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글로벌 수요의 8%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어티의 레그 스펜서 애널리스트는 "호주의 글로벌 희토류 수출시장 점유율은 수년 뒤 30%를 넘어설 것"이라며 "호주가 의미 있는 수출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호주가 지난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결성에 이어 핵심 자원 무기화 경쟁에서도 중국 견제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호주가 희토류 시장에서의 중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도 올해 희토류 채굴량 확대…글로벌 경쟁 치열해질 듯
지난해 12월 자국 내 5개 희토류 관련 기업과 기관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킨 중국도 희토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자원자원부 등에 따르면 중국은 올 상반기 희토류 채굴량을 10만800t, 제련량을 9만7천200t으로 결정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대비 20% 늘어난 규모다.
미국과 호주 등의 증산으로 60%까지 떨어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희토류 채굴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7년 79.5%에 달했으나 2020년 58.3%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는 60%로 소폭 올라갔다.
2017년 미국은 희토류를 채굴하지 않았고 호주는 1만9천t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미국이 4만3천t, 호주가 2만2천t을 채굴했다.

희토류는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그동안 선진국에서는 생산을 기피해 왔다.
이 때문에 매장량에서도 세계 1위인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 방침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2020년 12월 희토류를 포함한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시행했다.
지난해 초에는 희토류 총량을 관리하는 희토류 관리조례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은 2017년까지 10만5천t으로 유지하던 연간 희토류 채굴량을 2018년 12만t, 2019년 13만2천t, 2020년 14만t 등으로 늘렸다. 미국과 호주가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자 이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과 미국, 호주 등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앨런 CFO는 "최근 수년간 희토류 수요는 많이 늘었지만 2010년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분명해졌다"며 "세계가 중국의 지배력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기까지 10∼1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희토류는 현대 경제에서 석유만큼이나 중요하다"며 "탄탄하고 창의적인 정부 차원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80년 전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직면했던 것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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