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천150광년 밖 태양 7.1배 질량 블랙홀 찾아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강한 중력으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블랙홀은 우주의 어둠 속에 묻혀있어 자체만으로는 식별하기 어렵다.
짝별에서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으로 빨려드는 물질이 초고온으로 가열돼 강한 X선을 방출하거나 중성자별과 충돌하며 중력파를 만드는 등 다른 천체와의 상호 작용이 있어야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별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모두 쌍성계 이상에서만 발견돼 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짝별 없는 외톨이 블랙홀이 처음으로 확인돼 이런 흐름도 바뀔 전망이다.
네이처닷컴 등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미국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STScI) 천체물리학자 카일라시 사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5천15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중앙의 팽대부에서 외톨이 항성급 블랙홀을 확인한 결과를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했다.
이 논문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도 제출돼 동료심사를 받고있다.
연구팀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상망원경을 동원해 6년여의 관측 끝에 결과를 얻어냈다.
배경 별빛이 천체의 중력장 영향을 받아 굴절되고 더 밝아지는 '중력렌즈 효과'를 활용해 외톨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다.
별 질량 블랙홀은 태양의 20배가 넘는 질량을 가진 초대형 별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형성되는 천체로 우리 은하에만 1억 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블랙홀이 모두 짝별을 가진 형태지만 짝별 없는 외톨이 블랙홀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200일 이상 배경 별의 밝기를 높이는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키되 스스로는 빛을 내지 않는 천체 8곳을 추려내 집중적인 관측을 했다.
또 중력렌즈 효과로 빛이 굴절되며 별의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는 것도 분석했는데, 이는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의 동전 너비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처음 제시한 방정식을 이용해 270일간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 천체가 태양의 7.1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외톨이 블랙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질량과 거리, 중력렌즈 현상이 지속한 기간 등을 토대로 문제의 블랙홀이 초속 45㎞로 이동하는 것도 밝혀냈다.
이는 주변 별이 초속 10∼30㎞로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블랙홀이 초신성 폭발의 중심부에서 형성되면서 가속을 받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블랙홀이 약 1억 년 전쯤 초신성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분명한 경로가 남아있지 않아 어디에서 형성된 것인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외톨이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은 천체 3개도 함께 제시했다.
사후 박사는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외톨이 블랙홀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외톨이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쌍성계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한 질량을 갖고 있고 우주에 많이 분포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애리조나대학의 천문학자 페르얄 외젤은 네이처와의 회견에서 "하나의 자료만으로 추론해서는 안 되지만 흥미롭다"면서 외톨이 블랙홀이 더 많이 발견될수록 기원과 분포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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