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9일 선거…독재자의 아들 마르코스 여론조사 1위
두테르테 "모든 후보가 나의 친구…특정 후보 지지 안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올해 5월 필리핀 대통령 선거를 석달 가량 앞두고 각 후보가 일제히 공식 유세에 나섰다.
8일 AFP통신 등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과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등 대선 후보들은 이날 공식 선거 운동을 개시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마르코스다.
그는 지난해 말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그의 아버지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마르코스는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야해 하와이로 망명한 뒤 3년 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와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장남인 마르코스는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으며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오기도 했다.
마르코스는 독재자인 선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국가통합 및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GMA방송에 출연해 "과거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코스에 이어 여론 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현직 여성 부통령 레니 로브레도(56)다.
지난 2016년 부통령 선거에서 마르코스를 이기고 당선된 그는 지지율 20%를 기록했다.
로브레도는 이날 중부 카마리네스수르주의 한 지역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시민들이 함께 해줘서 용기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복시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43) 상원의원과 프란시스코 도마고소(47) 마닐라 시장은 각각 8%로 동률을 보였다.
국제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피터 멈퍼드는 "현재로서는 마르코스가 이길 확률이 70% 정도"라면서 "두테르테의 강력한 리더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르코스를 후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기 여론 조사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번 대선의 경우 두테르테가 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현직 대통령인 두테르테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필리핀은 통상 현직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공개해고 지지를 당부해왔다.
이는 퇴임 후 후계자를 이용해 사법 처리를 피하고 집권 시절의 행적을 부정당하지 않기 위한 방책의 일환이었다.
앞서 두테르테는 지난해 11월 19일 중부 오리엔탈 민도로주에서 연설을 통해 "코카인을 복용하는 대선 후보가 있는데 부유한 가문 출신"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마르코스에 대해서는 '약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 유세 전날 "모든 후보들은 나의 친구"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은 올해 5월 9일 선거에서 정·부통령을 비롯해 1만8천 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대거 선출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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