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구아이링'에 대륙열광…中 택한 것도 가상한데 金까지

입력 2022-02-09 00:11   수정 2022-02-09 00:18

[올림픽] '구아이링'에 대륙열광…中 택한 것도 가상한데 金까지
스키 빅에어 우승자 에일린 구, 미국 태생이나 中 대표로 출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신 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미중 경쟁의 시대에, 태어난 나라인 미국 대신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을 택한 선수가 금메달까지 선사하며 대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에일린 구(18·중국명 구아이링<谷愛凌>)의 이야기다. 그는 8일 베이징의 서우강 빅 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우승했다.
8일 오후 10시(현지시간) 현재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 시작 화면의 주요 검색 문구 6개 가운데 2개가 에일린 구에 대한 것이다. '구아이링 금메달을 깨물며 승리를 축하했다', '구아이링이 3차 시기에 왜 필살기를 썼는가' 등의 제목을 단 기사와 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하루 내내 에일린 구의 경기 장면을 반복해서 방영했고 중국의 대표적 SNS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의 인기 검색어 톱 10에는 8일 오후 10시 현재 그와 관련된 검색어가 3개나 올라왔다.
에일린 구 개인이 가진 출중한 실력과 매력이 '기본 자산'이지만 그가 중국인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의 '프리미엄'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하면서 대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터에 미국 대신 중국 대표선수가 되기를 택한 에일린 구가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선사하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정서에 불을 질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인 에일린 구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에일린 구는 2019년부터 중국 국적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중국인들에게 애정의 대상이 됐다. 외모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에 가깝지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스탠퍼드 대학에 합격할 만큼 학업에도 우수한 점은 그를 '대륙의 엄친딸'로 만든 또 다른 요인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안타를 비롯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 전자제품 브랜드인 메이디(美的)의 광고를 찍은 것이 그의 인기를 말해준다.
반면 서방 매체들은 그의 이중 국적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 국적을 취득해 대표가 되면서 미국 국적은 포기한 것으로 과거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된 바 있는데, 8일 기자회견에서 에일린 구는 미국 국적 포기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 국적 포기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내 시간의 25∼30%를 중국에서 보내며 자랐고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문화적으로도 두 가지 모두에 능통하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또 "이곳(베이징)에 오니 정말로 집에 온 느낌"이라며 "나는 중국인이자 미국인이라고 느끼며, 내가 두 나라를 이용해 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내 사명이 국가 간(미중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지 분열 세력이 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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