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4억의 '구아이링 앓이'…이중국적 논란도(종합)

입력 2022-02-09 15:59   수정 2022-02-09 16:14

[올림픽] 14억의 '구아이링 앓이'…이중국적 논란도(종합)
스키 빅에어 우승 에일린 구, 中 국민영웅 부상…올림픽前 25개사 광고모델
서방 일각선 '美서 실력 키운 뒤 中에 봉사' 시각…美국적 포기여부에 확답안해


(베이징 상하이=연합뉴스) 조준형 차대운 특파원 = 신 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미중 경쟁의 시대에, 태어난 나라인 미국 대신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을 택한 선수가 금메달까지 선사하며 대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에일린 구(19·중국명 구아이링<谷愛凌>)의 이야기다. 그는 8일 베이징의 서우강 빅 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우승했다.
8∼9일 중국의 포털 사이트와 SNS의 주요 검색어 순위는 에일린 구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에일린 구의 경기 및 시상식 장면을 반복 방영하고, 일상생활 모습까지 전했다.
그리고 9일 중국 다수 일간 신문 1면은 에일린 구의 사진과 기사로 도배됐다.
특히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구아이링이 역사적인 금메달을 딴 뒤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에일린 구가 등 쪽에 중국의 상징인 용이 황금색으로 그려진 경기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에일린 구 개인이 가진 출중한 실력과 매력이 '기본 자산'이지만 그가 중국인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의 '프리미엄'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하면서 대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터에 미국 대신 중국 대표선수가 되기를 택한 에일린 구가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선사하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정서에 불을 질렀다.
보통 스포츠 선수의 귀화는 선수 입장에서 원소속 국가 내부의 치열한 경쟁이나 '파벌 갈등' 속에 다른 나라 대표로서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함이거나 원소속 국가의 열악한 상황,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안정적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그런 터에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에일린 구가 '성조기' 대신 '오성홍기'를 택하고, 중국엔 미개척 영역이나 다름없는 종목에서 금메달까지 따왔기에 많은 중국인이 정서적으로 에일린 구에 깊이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인 에일린 구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에일린 구는 2019년부터 중국 국적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중국인들에게 애정의 대상이 됐다. 외모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에 가깝지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스탠퍼드 대학에 합격할 만큼 학업에도 우수한 점은 그를 '대륙의 엄친딸'로 만든 또 다른 요인이었다.
올림픽 전까지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은 것이 그의 인기를 말해준다.
에일린 구와 광고 계약을 맺은 곳은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 중국 4대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가전사 메이디(美的),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멍뉴(蒙牛), 루이싱커피,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 운동복 업체 안타, 캐딜락, 티파니, 빅토리아 시크릿, 레드불 등으로 중국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차이징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에일린 구가 작년 2천만 위안(약 38억원)의 광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산하면서 그의 '몸값'이 역대 중국 선수 중 농구계의 전설인 야오밍(姚明)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에일린 구의 광고 모델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차이징은 야오밍과 육상 스타 류샹(劉翔)의 은퇴 이후 중국 스포츠계에서 줄곧 초대형 스타가 부재했다면서 에일린 구가 훌륭한 종목 성적, 명문대 배경, 명랑한 성격 등 스포츠 선수로서의 상업적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그의 이중 국적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주로 미국에서 성장하며, 미국 환경에서 스키를 배운 에일린 구가 불과 약 3년 전 중국 국적을 얻어 중국 대표 선수로 뛰면서 중국의 체제 선전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시각이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서방 일각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에일린 구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의 국적을 취득하면서 미국 국적은 포기한 것으로 과거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된 바 있는데, 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적 포기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에일린 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적 포기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내 시간의 25∼30%를 중국에서 보내며 자랐고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문화적으로도 두 가지 모두에 능통하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또 "이곳(베이징)에 오니 정말로 집에 온 느낌"이라며 "나는 중국인이자 미국인이라고 느끼며, 내가 두 나라를 이용해 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내 사명이 국가 간(미·중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지 분열 세력이 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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