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시냐 방역이냐'…각종 풍자물 등장
베이징올림픽 방문 때 시진핑 밀착과 대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굵은 기둥 세 개가 지탱하는 길이 5m짜리 새하얀 테이블. 위에는 꽃바구니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양쪽 끝에는 러시아와 프랑스 정상이 앉아 날로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스러운 거리에서 두 정상은 무려 5시간 동안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회담은 사진 때문에도 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신냉전식 대치를 형상화한 듯한 테이블 구도가 인상적으로 평가됐다.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당장 다양한 패러디물이 화제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회담 모습를 해설한 8일자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모종의 전략적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 수위로 고조된 상황에서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제압하려고 짐짓 권력을 과시했다는 게 가디언은 관측이다.
가디언은 더 나아가 상대방한테 모욕감을 줄 수도 있는 물리적인 구도라고 장면을 풀이하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화려한 가구나 소품으로 자신의 권력을 과장해오곤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만리장성 그림 앞에서 화상 회담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리비아를 42년간 통치했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현란한 대형 텐트 안에서 다른 지도자들을 독대하곤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테이블이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단순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사용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팬데믹 전 크렘린궁에서는 여럿이 비슷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요즘 푸틴 대통령은 이 5m짜리 테이블로 외국 고위인사와 일대일 회담을 연다는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은 코로나19 방역에 철저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예술센터가 개관했을 때 센터 관장과 재무 담당자가 푸틴 대통령과 함께 건물을 짧게 둘러보기 전 2주간 격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에도 최근 뚜렷한 예외가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려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과 카메라 앞에서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거칠어진 공세에 따라 강화되는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대변하는 장면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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