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목에 타이어 낀 악어', 5년 만에 해방

입력 2022-02-09 09:58  

인도네시아 '목에 타이어 낀 악어', 5년 만에 해방
2016년 9월부터 타이어 낀 상태…마을 주민이 성공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5년 넘게 목에 타이어를 끼고 살아 유명해진 악어가 마침내 타이어로부터 해방됐다.



9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중부 술라웨시 팔루강에서 지난 7일 오후 용감한 주민 틸리(35)가 악어의 목에 낀 타이어를 벗기는 데 성공했다.
5m 20㎝ 길이의 이 바다악어는 2016년 9월부터 팔루만과 팔루강의 연결지점에서 오토바이 폐타이어를 목에 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악어는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지역 명물'로 떠올랐고, 국내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부술라웨시 천연자원보호국(BKSDA)은 2020년 1월 악어 목에 걸린 타이어 제거에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악어가 워낙 크고 위험해 섣불리 시도하는 사람이 없었다.
호주의 내셔널 지오그래피 '몬스터 크록 랭글러' TV쇼 진행자이자 악어 전문가인 매트 라이트가 2020년 2월 인도네시아로 날아와 타이어 제거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 악어는 먹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덫을 놓는 방법이 통하지 않았고, 마취총을 사용할 경우 악어가 완전히 마취되기 전 물에 들어가 익사할 수 있어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그 뒤로도 목에 타이어를 낀 악어가 잊을 만 하면 주민들에게 모습을 보여 관심이 이어졌다.



그러다 지역 주민 틸리가 3주 전부터 악어의 목에서 타이어를 벗겨 보겠다며 대나무에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묶어 덫을 만든 뒤 작전에 나섰다.
틸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겁을 먹어서 혼자 악어를 잡았다"며 "영리한 악어는 내가 만든 덫을 두 번이나 빠져나갔지만 세 번째에 드디어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틸리가 악어를 잡는 데 성공하자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50여명이 덫에 걸린 악어를 같이 뭍으로 끌어올려 입을 묶은 뒤 틸리가 마침내 타이어를 잘라냈다.
천연자원보호국은 "틸리씨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2016년도부터 이어진 숙제가 이제야 풀렸다"며 "악어는 며칠간 건강 체크를 받은 뒤 다시 강에 놓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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