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통제 대상에 中 '반도체 굴기' 핵심 회사 포함

입력 2022-02-09 10:33   수정 2022-02-09 10:45

美 수출통제 대상에 中 '반도체 굴기' 핵심 회사 포함
추가 '미검증 리스트' 33곳에 반도체 노광장비사 SMEE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상무부가 지난 7일(현시지간)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 추가로 올린 중국 기관 33곳 가운데 중국이 꿈꾸는 '반도체 굴기(?起)'를 위한 핵심 회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미국 상무부 공고에 따르면 리스트에 추가된 기업 중 상하이마이크로일로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가 포함됐다.
'중국판 ASML'을 꿈꾸는 SMEE는 중국의 거의 유일한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다.
네덜란드의 ASML이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한 가운데 SMEE는 중국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반도체 자급'을 위한 핵심 회사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 등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때 쓴다.
반도체 제품은 크게 노광장비를 이용한 회로 패턴 새겨넣기, 화학 약품을 이용해 필요한 회로를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녹여 벗겨내는 식각,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을 거쳐 제작되는데 미세 공정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첨단 노광장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ASML의 노광장비에 자국산 부품이 다수 사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ASML의 최첨단 미세 공정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미국의 제재로 ASML의 첨단 EUV 노광장비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미국은 최근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장쑤성 우시(無錫)의 D램 반도체 공장에 ASML의 EUV 노광장비를 들여놓는 것에 제동을 걸었는데 중국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 확보를 최대한 저지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세계적으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한 7㎚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려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첨단 반도체 부품을 스스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광장비의 자급이 시급한 형편이다.
미국의 수출업자는 '미검증 리스트'에 오른 기관에 수출할 경우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수입업자는 자신이 합법적이며 미국의 규제를 따르겠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는 SMEE가 첨단 미세 공정급 노광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현재 SMEE가 판매하는 노광장비는 미세 공정과는 거리가 먼 90㎚급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4㎚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미세 공정으로, 그 이상을 성숙 공정으로 구분한다.
작년까지 시장에서는 SMEE가 28㎚급 노광장비를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새 수출 통제가) 전략 기술 분야에서 열심히 따라잡기를 시도하는 SMEE 같은 기업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할 수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자급 드라이브의 핵심인 유망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적신호를 받은 것은 전략 기술 분야를 둘러싼 세계 두 강대국 간의 경합이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의 최대 약점으로 손꼽힌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주력 사업이던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해 큰 위기에 처한 화웨이(華爲)의 사례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반대로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점한 미국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기, 우주 개발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만큼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많이 뒤처진 편이다.
중국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AP 같은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도 대량으로 미국, 한국, 대만 등지에서 수입한다.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천500억 달러(약 419조원)로 이는 전체 수입액의 13%를 차지했다. 원유와 곡물을 포함한 전체 농산물 수입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전략 경쟁 와중에 중국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면서 SMIC, '반도체 항모' 칭화유니(淸華紫光) 등 대형 업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장비에서 소재에 이르는 광범위한 반도체 공급망을 독자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각종 제재를 동원해 SMIC 등 중국 반도체 핵심 기업의 선진 공정 개발을 가로막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지연시키려 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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