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을 이끄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엔비디아로의 매각이 무산된 영국 반도체기업 ARM(암)의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보도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2023년 3월 끝나는 회계연도까지 ARM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ARM의 고객 다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기 때문에 ARM을 나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가장 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ARM이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황금기'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반도체 업계 최대 규모의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RM의 IPO는 매각 추진 전에 가지고 있었던 원래 계획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IPO를 통해 비전펀드의 외부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ARM 직원들에게도 인센티브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줄 수 있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소프트뱅크는 3월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의 ARM 매출이 전년보다 약 26% 늘어난 25억달러(약 2조8천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9월 엔비디아에 ARM을 당시 주가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47조8천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독점을 우려한 각국 규제당국과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의 반대로 매각 무산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38조3천억원)에 인수했으며, 소프트뱅크가 75%,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25%의 ARM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ARM의 IPO가 최근 들어 기술주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런던증시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ARM이 기술주들이 주목받는 나스닥에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류라면서 영국 내에서는 런던증시 단독 상장이 안 되면 런던·뉴욕증시 이중상장이라도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ARM은 소프트뱅크에 매각되기 전까지 런던·뉴욕증시에 이중상장돼 있었다.
한편 손정의 회장은 ARM 매각 무산은 이제까지 맞닥뜨렸던 도전들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이라면서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강화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4분기 소프트뱅크의 순자산은 알리바바 주가의 급락 영향 등으로 19조3천억엔(199조9천634억원)으로 1조6천억엔(약 16조5천772억원) 줄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0년 9월보다 30%나 감소한 것이자 2017년 이후 최소 규모다.
올해 65세가 되는 손정의 회장은 이어 은퇴하면 금방 늙은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면서 후계자들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볼링을 쳤는데 2번이나 200점을 넘겼다고 자랑하면서 아직은 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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