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감…우크라가 러에 복종하도록 압력"
핀란드화 논란에도 "애초 불가능한 얘기" 뒷말 무성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잇따라 만난 뒤 내놓은 '우크라이나 해법'에 대해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8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협상을 진전시킬 가능성을 갖게 됐다"며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지는 마크롱 대통령의 러시아에 대한 발언이 경종을 울렸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전이 없다면 유럽의 안전도 없다"고 말하면서 러시아의 우려를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는 유럽이다. 유럽을 믿는 사람이라면 러시아와 협력하는 방법을 알고 유럽의 미래를 건설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나중에 발언 자체를 부인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핀란드화'하는 것이 긴장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핀란드화란 서방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소련의 대외정책을 추종한 사례를 가리키는 용어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와 핀란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핀란드와 달리 사실상 외부 강대국들에게서 중립국 지위를 취하라고 요구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러시아와의 험난한 관계와 동부 돈바스 무력분쟁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가 제2의 핀란드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핀란드화는 우크라이나의 국내외 정책에 러시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은 물론 우크라이나나 나토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양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뒤 러시아 요구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책 중 하나로 민스크 협정 이행을 언급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인기가 없고 굴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스크 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4개국이 2015년 2월 우크라이나 돈바스에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분쟁 해결 방안을 담은 협정이다.
즉각적인 휴전과 무기 철수 등을 담고 있지만,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민스크 협정 언급은 앞서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린아이에게 말하는 식으로 우크라이나를 가리켜 "예쁜아, 싫든 좋든, 참아야 한다"고 말한 이후 나왔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협정 이행을 위해서는 2014~2015년 러시아 지배하의 분리주의 공화국들을 다시 통합하기 위해 마련된 우크라이나 법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에 국내외 정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렛대를 줌으로써 자국의 주권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으며 이 협정은 인기가 없어 그것을 이행하려고 하는 어떤 정부도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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