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탑재가능 폭격기 벨라루스 영공 연속 출격…주요 함대 지중해·흑해 집결
10일부터 벨라루스에서 연합훈련 돌입…"우크라 침공 중대 고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최수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고조된 군사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동시다발적 군사훈련을 벌이며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와 워싱턴포스트(WP)·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에서 지상군과 해군, 공군 등을 총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잇달아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공중우주군 소속 장거리 폭격기 투폴례프(Tu)-22M3 2대가 벨라루스 영공에서 연합국가(Union State) 대응 전력 점검 차원에서 4시간 동안 초계비행을 펼쳤다고 전했다. Tu-22M3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벨라루스의 이 같은 행보는 친서방 노선을 걷는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와 대조를 이룬다.
국방부는 Tu-22M3 초계 비행 중 일부 구간에서 러시아 최첨단 전투기 수호이(Su)-35S와 벨라루스 Su-30SM 전투기가 폭격기를 엄호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양국 군용기들이 설정된 임무를 100% 완수했고, 임무 수행 뒤에는 원래 주둔 기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에도 러시아 공중우주군은 Tu-22M3 2대를 벨라루스로 보내 초계비행을 실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인근의 러시아 남부군관구 소속 포대와 기갑부대 등도 9일부터 훈련에 나섰다.
훈련은 남부 볼고그라드주, 스타브로폴주, 체첸공화국 등 8개 지역 15개 훈련장에서 시작됐으며,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인접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등에서도 훈련이 개시됐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는 해병대가 훈련을 벌였다.
남부군관구에서는 2주 전에도 약 6천 명의 병력과 공군기 등이 동원된 훈련이 실시됐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해군 훈련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와 접한 흑해와 지중해에서 곧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으로 훈련 해역으로 군함들을 파견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발트함대 소속 대형상륙함 3척('코롤례프', '민스크', '칼리닌그라드')이 9일 지중해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함정들은 흑해에서 훈련을 벌인 뒤 흑해함대 기지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으로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해함대 소속 대형상륙함 3척도 이날 지중해를 거쳐 흑해로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륙함은 보통 병력이나 차량, 자재 등을 육지로 수송하는 데 사용된다. 러시아 상륙함은 지난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할 때 투입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극동 주둔 태평양함대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가 이끄는 함단도 수에즈 운하를 지나 지중해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주둔 기지인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함단에는 대형 대잠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대형 탱커선 '보리스 부토마' 등이 포함됐다.
또 북해함대 소속의 미사일 순양함 '마르샬 우스티노프', 호위함 '아드미랄 카사토노프', 대형 대잠함 '비체아드미랄 쿨라코프' 등도 지중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함정들은 지중해와 흑해에서 훈련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지난달 20일 "1~2월에 걸쳐 러시아 해군 모든 함대의 책임 구역에서 일련의 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지중해, 흑해, 북해, 오호츠크해, 대서양 북동부, 태평양 등에서 실시될 훈련에 140척 이상의 함정과 지원함, 60대 이상의 군용기, 1천 대 이상의 군사장비와 1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러시아는 오는 10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자국 극동 지역의 동부군관구에 속한 부대들을 9일까지 약 1만km 떨어진 벨라루스로 이동 배치한 뒤 10일부터 벨라루스군과 본격 연합훈련('연합의 단호함')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남서부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의 고슈스키 훈련장 등에서 실시될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 명과 벨라루스군 대부분 부대가 참여할 예정이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벨라루스 파견 부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북쪽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연합훈련이 끝나면 모든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약 13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지역을 포위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촬영된 위성 사진 등에서는 기존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더 가까이 전진 배치되는 모습도 포착돼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훈련,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12일 동안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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