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림픽 앞두고 지하철역 영어 표기 떼어내…"영문 몰라"

입력 2022-02-09 15:28  

중국, 올림픽 앞두고 지하철역 영어 표기 떼어내…"영문 몰라"
홍콩언론 "중국, 2008 하계올림픽 이후 문화적 개방성 뒤집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두달 간 베이징과 인근 톈진의 지하철 각 역에서 기존 영어 이름 표기를 한어병음(알파벳을 차용한 중국어 발음 기호) 표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의 표기는 기존 'Tianjin Binhai International Airport'에서 'Binhai Guo Ji Ji Chang'으로 바뀌었고, 베이징 철도역은 'Beijing Railway Station'에서 'Beijing Zhan'으로, 올림픽 공원은 'Olympic Park'에서 'Oaolinpike Gongyuan'으로 각각 교체됐다.
SCMP는 "중국의 문해율(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97%이나 한어병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14억 인구의 약 70% 정도"라며 "누구를 위한 한어병음 표기인지 질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외국인이 불편을 토로했고, 중국인들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 당국은 2017년 12월 제정된 '공공 서비스 지역에서 영어 사용에 관한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금 시점에 표기를 교체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고 SCMP는 지적했다.
신문은 해당 사례를 소개하면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이후 10여 년간 중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관계가 악화했으며, 중국의 문화적 개방성이 뒤집혔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택시 운전사 왕하오(48)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우리는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에 열광했다"며 "회사에서는 영어를 의무적으로 익히게 했고 손님에게 영어로 이야기하며 환대를 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몇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외국인 승객을 선호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코로나19 사례는 해외에서 유입됐고, 많은 서방 국가는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나는 따돌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CMP는 이러한 왕하오의 발언은 중국의 공식 입장에 딱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신 냉전 사고'를 반대하고 세계화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이후 3년간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와 서양에 대한 적대감은 확대돼 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주재 외국 외교관들은 갈수록 관영 기관의 학자들과 접촉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며 "지난 1년간 중국 주재 외국 공관이 현지 관영 기구에 보낸 초대장은 대부분 거절됐다"고 전했다.
한 외국 외교관은 "많은 초대가 코로나19 통제를 이유로 거절됐다"며 자신과 동료들이 최소 1년 넘게 중국에서 지내고 있고 백신 접종을 마쳤음에도 어떻게 그런 핑계를 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2020년 11월 상하이의 외국인은 16만3천명으로 10년 전의 20만8천명에서 2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베이징의 외국인은 40%가 줄어든 6만3천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이탈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국력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과 서방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무장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SCMP는 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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