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시진핑 올림픽 때 계약…러, 미 제재 우회전략으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이 미국의 제재로 외국 기업들이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극동 가스전에서 가스를 채굴해 중국에 공급하려 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가스는 주로 유럽 국가들로 수출되고 있으나 최근 동서 진영 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의 제3위 가스 공급국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새로운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통해 전통적인 대유럽 수출 경로와 연결돼 있지 않은 러시아 동아시아 지역의 가스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가즈프롬도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장기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극동 경로를 통해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즈프롬은 극동 지역의 가스전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CNPC도 이에 관한 질의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미국이 제재한 유즈노 키린스코예 가스전을 포함한 사할린 지역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듬해인 2015년 키린스코예 가스전에 대한 제재를 단행, 외국 기업들이 이곳에서 석유나 가스의 원료인 탄화수소 채굴과 생산을 못 하도록 했다.
오호츠크해 키린스키 구역의 일부인 이곳에는 가스 외에 석유도 매장돼 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소바 캐피탈 측은 러시아가 중국에 수출할 가스가 키린스코예 지역에서 나올 것이라며 "아마도 유즈노 키린스코예 가스전일 개연성이 더 높고, 2023년이나 2024년 채굴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의심할 것 없이 유즈노 키린스코예가 될 것"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가즈프롬은 홈페이지에 "유즈노 키린스코예 가스전은 지질 탐사를 끝내고 생산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은 또 이곳에서 반잠수식 석유시추선을 이용해 채수정(採水井)을 건설 중이며, 2023년부터 2025년에 걸쳐 본격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이곳에서 가스를 채굴해 중국에 파는 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어떻게 우회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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