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경제안보추진법 제정 작업을 이끌어온 책임자가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 산하의 경제안보법제준비실 실장을 맡았던 후지이 도시히코(57·藤井敏彦) 국가안보국(NSS) 담당 내각심의관을 8일 자로 원래 소속 부처인 경제산업성으로 전보발령했다.
그의 후임에는 이즈미 고유(泉恒有) 내각심의관이 곧바로 임명됐다.
경제안보법제준비실은 기시다 정권이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경제안보 추진 법안 제정 준비 작업을 맡고 있다.
후지이 심의관은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스쿨에서 유료 강사로 활동하고, 자신을 취재하는 모 신문사 여기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정보도 누설했다는 의혹 등이 유력 주간지 '슈칸분'(週刊文春)을 통해 제기됐다.
해당 신문사는 최근 비공개 특허를 누설할 경우 징역형에 처하는 경제안보추진법 원안 내용을 특종 보도했다.
1987년 통상산업성(현 경산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지이 심의관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국가안보국에 2020년 신설된 경제반 반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경제안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첨단기술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경제안보추진법 제정은 중국과 기술패권을 다투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동조해 기시다 총리가 추진하는 간판 정책의 하나다.
기시다 정부는 이 법안을 이달 하순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후지이 심의관이 기존 직무를 계속 맡도록 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마쓰노 장관은 "경제안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경제안보추진법 제정 작업의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후지이 심의관의 이번 전보가 사실상의 경질 인사에 해당한다며 책임자의 갑작스러운 교체로 경제안보추진법 제정 작업에 암운이 드리워졌다고 분석했다.
후지이 심의관을 둘러싼 의혹을 폭로한 '슈칸분'은 최신호(2월 17일 자)에서 "경제안보를 핵심정책으로 내걸어온 기시다 정권이지만, 그 책임자는 자신의 '안전보장'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며 높은 지지율에 가려졌던 가시다 정권의 허식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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