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태양' 될까…영국서 '핵융합 에너지' 새 이정표(종합)

입력 2022-02-10 16:30  

'땅 위의 태양' 될까…영국서 '핵융합 에너지' 새 이정표(종합)
5초간 기존 2배 59MJ 생성…지속가능 저탄소에너지 단초
아직 주전자 끓이는 수준…상용화 멀었지만 한국 등 ITER에 유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박의래 기자 = 유럽에서 탄소 배출 걱정없이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꿈에 한발 다가선 핵융합 실험 결과가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공동 연구진은 영국 옥스퍼드 근처 컬햄에서 영국원자력청이 운영하는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JET)에서 5초 동안 59MJ(메가줄)의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했다.
핵융합으로 얻은 에너지로는 최대량이다.
이언 채프먼 영국원자력청장은 과학계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를 정복하는 데 접근하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 '인공태양' 핵융합 에너지…친환경 대안 에너지 주목
핵융합 발전이란 기존의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핵분열과 반대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이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융합해 헬륨원소가 될 때 발생하는 질량손실이 에너지로 방출되는 반응을 이용한다.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빛을 내며 에너지를 내뿜을 때 사용하는 원리와 같아서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태양의 중심부에서는 거대한 중력 압력이 1천만도 정도의 고온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에서는 태양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 온도는 1억도 이상으로 높여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지구에서는 그런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도넛 모양의 자기장 안에 플라스마를 가두고 용기의 벽에 닿지 않도록 제어하는 방식을 고안해 실험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특히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고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미래 에너지원 중 하나로 주목받아왔다.
초고온 플라스마를 뜻대로 제어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방사성 물질이나 온실가스 같은 오염원이 적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5초 핵융합으로 59MJ 열에너지…"기후위기 해결, 헛된꿈 아니다"
유럽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진행한 실험에서 5초간의 핵융합으로 59MJ의 에너지를 얻어냈다. 이를 전력으로 환산하면 약 11MW(메가와트)를 조금 넘어 주전자 60개를 끓일 수 있는 에너지다.
기존에 핵융합을 통해 얻은 최대 에너지의 기록은 1997년에 달성한 21.7MJ이었다. 이번 실험으로 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은 것이다.
5초는 JET의 자기장이 과열되기 전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 결과를 두고 핵융합이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 더는 허황한 꿈만은 아니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유로퓨전(EUROfusion)의 토니 돈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미래의 핵융합 발전소에 계획된 것과 정확히 동일한 연료 혼합을 사용해 지속적인 핵융합 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로퓨전은 유럽 전역의 학생, 전문가 등 4천800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 영국원자력청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채프먼 청장은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할 지속가능한 저탄소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구축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 세계는 핵융합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 CEO는 "핵융합을 5초 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미래 기계(더 첨단화한 장치)를 통해 5분, 5시간으로 더 늘려갈 수 있다"며 "과학자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핵물질 연구원 마크 웬먼은 "흥미로운 결과"라며 "융합 에너지는 더는 먼 미래의 꿈만은 아니다. 유용하고 청정한 동력원을 만들기 위한 기술은 달성 가능하며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상용화 멀었지만…한국 등 7개국 ITER에도 도움
다만 이번 실험 결과가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상용화와는 아직 거리가 먼 미미한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토니 로울스톤 교수는 CNN에 "인상적인 결과로, 실험이 진행되면서 아마도 더 나아질 것"이라며 "12MW라는 높은 에너지를 생성했지만 지금 당장은 5초밖에 되지 않아 훨신 더 긴 융합 연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JET 결과가 그와 유사한 설계로 프랑스에 현재 건설 중인 핵융합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프랑스 남부 카라디슈에선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실험로가 건설 중이다. ITER은 현재 약 80%가 구축됐으며 2025∼2026년 핵융합을 시작할 계획이다.
JET가 핵융합의 생성과 유지를 증명하는 게 목표였다면, ITER는 50MW의 연료를 투입해 500MW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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