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다세대 비중 51%로 역대 최고, 아파트 비중 39%로 최저
14개월째 빌라가 아파트보다 매매 많아…"매수세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 지속과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2건 가운데 1건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6만4천8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건수 12만6천834건의 51.1%에 달한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연간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2020년(37.9%)보다 무려 13.2%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9%에서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증가세지만, 1년새 오름폭이 13%p를 넘은 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비중은 39.2%에 그치며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빌라 매매 비중이 아파트 매매 비중보다 높은 것은 2007년(빌라 44.0%·아파트 41.3%)에 이어 두 번째다.
지역별로 은평구의 빌라 매매 비중이 69.4%로 가장 높았고 강북구(68.2%), 광진구(63.0%), 강서구(62.4%), 양천구(61.9%)도 비중이 60%를 넘겼다.
송파구(59.5%), 금천구(58.3%), 관악구(57.9%), 강동구(53.2%), 마포·동작구(각 52.8%), 중랑구(52.1%)도 지난해 전체 주택 매매 건수 중 절반 이상이 빌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보다 통상 월간 2∼3배까지도 많았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는 장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매매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정부 주택 매매 통계 기준으로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만9천75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0% 급감했다.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4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예년의 '반토막' 수준이다.
반면 비싼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라도 사자는 수요가 몰렸다.
부동산원 시세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5천147만원인데 비해 빌라 평균 매매가는 3억5천284만원으로 아파트값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신규 취급되는 대출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가격이 싼 빌라가 고가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의 영향을 훨씬 덜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공공재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빌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도 서울에서 빌라에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에서는 작년 1월부터 이달까지 14개월 연속으로 빌라 매매 건수가 아파트 매매 건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 빌라 매매(계약일 기준)는 각각 2천121건, 93건으로, 아파트 매매(776건, 29건)의 약 3배에 달한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추세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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