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잘해야 우리 편"…귀화선수에 中 여론 '극과 극'

입력 2022-02-10 10:54   수정 2022-02-10 16:59

[올림픽] "잘해야 우리 편"…귀화선수에 中 여론 '극과 극'
"'쇼트트랙 편파 논란' 중국계 헝가리 선수 여론도 표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당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일부 종목에서 귀화 선수를 대표로 내세웠으나 성적에 따라 중국 내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谷愛凌>)와 피겨스케이팅 대표 주이(朱易)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중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론은 천지 차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일린 구가 8일 우승한 뒤 한동안 중국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는 그의 이름으로 도배됐고, 중국중앙(CC)TV는 해당 경기 영상을 여러 번 내보냈다.
외모는 서양인에 가깝지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대회 개막 전 이미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었고 금메달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광고 모델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P는 에일린 구의 경기에 대한 중국 내 반응을 두고 '영웅을 위한 환영 연회'에 비유했다.



반면 중국 이민 가정 출신인 주이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개인 점수 최하위를 기록했고 그 여파로 중국 팀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상에서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조회 수는 몇 시간 만에 2억 회를 기록했다.
주이의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다는 점까지 트집잡아 "애국심을 얘기하기 전에 중국어부터 가르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글은 중국당국이 개입해 검열해야 했다.
WP는 중국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성적을 위해 몇몇 종목에서 귀화 선수를 받아들였지만 민족주의적인 중국 팬들의 부정적 반응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에일린 구처럼 성적이 좋으면 자랑거리로 받아들이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실수라도 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또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사법 체계에서 이들이 어떻게 중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 없어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지는 면이 있다고 봤다.
미국 미주리대의 중국 스포츠 전문가 수전 브로우넬은 "(중국의 귀화 대표선수 방침에 대해) 매우 놀랐다"면서 "이전에 없었던 이유를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 혐오'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중국 내 민족주의적 여론은 타국 대표로 뛰는 중국계 선수에 대해서도 변덕스럽게 칭찬과 공격을 오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중국인인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 사올린 샨도르 류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런쯔웨이(중국)와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이후 페널티를 받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 대회 개막 전에는 중국 온라인상에서 사올린 샨도르 류에 대한 찬사가 나왔으나 쇼트트랙 경기 다음 날 여론이 표변해 웨이보상에서는 '사올린 샨도르가 규칙을 어겼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의 조회수가 2억8천만 회를 넘겼다.
중국계 미국 피겨 스케이팅 대표인 네이선 첸과 빈센트 저우는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점 덕분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이제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이라고 WP는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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