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CCC'로 두 계단 강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엘살바도르는 기존에도 정크(투기등급)이었으나, 이번 강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접근한 수준'인 'CC' 등급까지 불과 두 계단만 남겨놓게 됐다.
피치는 엘살바도르가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데 따른 리스크가 있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엘살바도르가 내년 1월 8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래하기에 앞서 단기 부채에 더욱 의존해 금융 리스크가 높아진 것도 강등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피치는 설명했다.
또 대통령에 대한 권력 집중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졌으며,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에 불안정성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국회를 통해 대법관들을 파면하는가 하면 나랏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엘살바도르는 이민자들이 해외에서 보내오는 송금액 규모가 상당해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IMF와 부딪혔다. IMF는 "비트코인은 재정 안정성·건전성, 소비자 보호, 재정 우발채무 등에서 큰 리스크가 있다"며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여러 차례 촉구했으나, 엘살바도르는 이를 거부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해 엘살바도르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엘살바도르 국채는 지난해 신흥시장 국채 중 가장 부진했다.
피치는 엘살바도르 경제 성장률이 올해 3.5%로 지난해의 10.5%에서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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