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U '민주주의 지수 2021'…한국, 작년 이어 '완전한 민주국가' 분류
군부 폭정 미얀마·탈레반 정권 들어선 아프간, 북한보다 하위 포진
세계평균지수 역대 최저…"2년째 코로나19 대응으로 자유 제약"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전 세계 167개국 중 16위로 작년보다 7계단 상승했다는 영국 조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1'(Democracy Index 2021)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8.16점을 받아 16위에 올랐다.
작년에 8.01점으로 23위를 기록하며 5년 만에 '결함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에서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 대열에 합류한 한국은 올해는 7단계 상승하면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국민자유 등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왔다.
이를 토대로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혼합형 정권',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한다.
한국은 항목별로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기능 8.57점, 정치참여 7.22점, 정치문화 7.5점, 국민자유 7.94점을 받았다. 작년에 비해 선거과정과 다원주의의 점수가 각각 0.41점, 0.36점 오르면서 전체 평균 점수가 상승했다.
북한은 165위에 올라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최하위를 모면했다. 북한은 전체 평균 1.08점을 받아 전년과 동일한 점수를 받았으나,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폭정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1.02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0.32점)의 점수가 급락하며 꼴찌에서 벗어났다.
올해 보고서에서 범주별 국가 수는 완전한 민주국가 21개국, 결함있는 민주국가 53개국, 혼합형 정권 34개국, 권위주의 체제 59개국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에는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포진했다. 노르웨이(9.75점)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1위에 올랐고, 이어 뉴질랜드(9.37점), 핀란드(9.27점), 스웨덴(9.26점), 아이슬란드(9.18점), 덴마크(9.09점), 아일랜드(9.00)가 뒤를 이었다.
주요 아시아국 가운데에서는 대만이 8.99점으로 8위에 올라 '톱10'에 진입했고, 일본은 8.15점으로 한국보다 1계단 아래인 17위를 차지했다.
주요 국가 가운데에서는 스페인(7.94점)과 칠레(7.92점)가 사법 독립성의 훼손, 낮은 대선 투표율 등을 이유로 순위가 각각 24, 25위로 하락하면서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강등됐다.
미국(7.85점)은 작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전체 26위를 기록해 올해 역시 '결함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됐다. 미국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있다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말기인 2016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있는 민주국가'로 평가돼 왔다.
2021년 조사대상국 전체의 평균 점수는 5.28점으로 집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년의 5.37점에 비해 큰폭으로 점수가 내려간 것으로, 이 같은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EIU는 지적했다.
EIU는 이는 2년 연속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 차원에서 각국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EIU는 봉쇄와 여행 제한 등의 방역 조치로 인해 선진국과 권위주의 체제 모두에서 시민들의 자유가 억압됐다고 진단했다.
EIU는 또한 이번 조사 결과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세계 인구 비율은 45.7%로 집계돼 전년의 49.4%에 비해 현저히 하락했다고 밝혔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누리는 인구는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권위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의 제목을 '중국의 도전'으로 붙인 EIU는 "중국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지만, 좀 더 민주적으로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덜 자유로워졌다"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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