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의회, 새 임시총리 지명 강행…정국 혼란 깊어질 듯

입력 2022-02-11 00:27  

리비아 의회, 새 임시총리 지명 강행…정국 혼란 깊어질 듯
유엔 주도 선출 드베이바 총리 "선거 통해 구성된 정부에만 권력 이양"
2개의 정부 경쟁하는 상황 재연될 듯…드베이바 암살 기도설도 불거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리비아 의회가 과도정부를 이끌 새 총리를 지명했다.
그러나 유엔 주도하에 정파 대표자들에 의해 선출된 기존 임시 총리는 새 총리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의회는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을 새로운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의회 대변인인 압둘라 블리헤그는 트위터에 "하원이 만장일치로 바샤가를 새 정부 수장으로 승인했다"고 썼다.
의원총회 영상에는 의원들이 새 총리로 바샤가를 지지한다며 손을 드는 장면이 찍혔다. 그러나 정식 투표가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동부 군벌 지지 세력이 장악한 의회가 새 임시 총리를 선출했지만, 유엔 주도 아래 각 정파 대표자 모임인 리비아정치적대화포럼(LPDF)에 의해 지난해 2월 선출된 압둘 하미드 모함메드 드베이바 임시 총리는 새 총리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드베이바 임시 총리는 9일 트위터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에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며 "리비아의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군부와 결탁했다. 국민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와 이를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의회의 새 총리 선출로 리비아의 정국은 통합정부가 구성되기 이전 양대 세력이 경쟁하던 혼란 상태로 되돌아갈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드베이바 임시 총리를 노린 암살 기도설까지 불거져 리비아 정국의 혼란을 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베이바 리비아 임시 총리와 가까운 소식통은 이날 새벽 귀가 중이던 그의 차량을 겨냥한 총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다행히 총리가 살아남았지만 명백한 암살 시도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내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1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LNA의 수도 트리폴리 장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양측은 2020년 10월 유엔의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이어 열린 중재 회의에서 선거 일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국제사회의 후원 속에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대선에는 LNA 사령관 하프타르, 유엔 주도로 임명된 유력 사업가 출신 드베이바 임시 총리는 물론 독재자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까지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선거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이 지속되면서 대선은 무기한 연기됐다.
의회를 장악한 동부 출신 의원들은 총리 교체를 추진하면서 선거 연기의 책임을 묻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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