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정부가 자국 화폐인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터키판 금 모으기' 운동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누레딘 네바티 터키 재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기업인을 상대로 개최한 투자 설명회에서 '침대 아래 금'을 은행으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터키인이 가정에서 현물 형태로 보관 중인 자산을 은행 계좌에 입금하게 하려는 것으로 터키 정부는 은행에 유입된 현물 자산을 달러로 바꿔 리라 가치 하락을 막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즉, '터키판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리라 환율 방어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터키 재무부는 '침대 아래 금'의 규모가 약 2천500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날 투자 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린 까닭에 네바티 장관의 구체적인 지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해 초와 비교할 때 약 45% 하락했다.
리라 가치 하락은 터키 중앙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19%이던 기준금리를 현재 14%로 낮췄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외국환 대비 자국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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