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가톨릭도 아동 성학대 조사…"한달만에 200여건 신고"

입력 2022-02-11 12:03  

포르투갈 가톨릭도 아동 성학대 조사…"한달만에 200여건 신고"
6인 평신도 위원회 "은폐됐던 비밀, 수십년 만에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아동을 상대로 한 성직자들의 성적 학대 추문으로 가톨릭 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포르투갈에서도 과거 천주교회에서 벌어진 아동 성학대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로이터, AP통신이 보도했다.
포르투갈 가톨릭교회의 아동 성학대 문제를 조사하는 평신도 위원회는 피해 사례에 대한 파악에 착수한 지 1개월 만에 214명에게서 신고가 접수됐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상당수의 사례의 경우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있던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침묵을 깨뜨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고된 의혹 가운데 상당수는 신고자가 아닌 다른 아동들도 동일한 사람에게서 성적인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신고자들의 출생 시기는 1933년부터 2006년 사이에 걸쳐 있으며, 이들의 출신 지역이나 배경도 다양하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포르투갈 시민도 신고자들 가운데 포함돼 있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유럽의 주요 가톨릭 국가 중 한 곳인 포르투갈은 소아과 의사, 전직 대법관 등 평신도 6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초부터 과거 교회에서 벌어진 성적 학대에 대한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나, 위원회 구성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교회의 개입이 있을 경우 위원회를 탈퇴할 것이라고 천명하는 등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고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약속한 위원회는 온라인과 전화, 대면 인터뷰 등으로 신고를 받은 뒤 과거 교회 내에서 벌어진 성 학대 사례를 올해 말 포르투갈 주교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포르투갈 교회의 이런 움직임은 작년 10월 프랑스 가톨릭 교회에서 1950∼2020년 사이 21만6천건에 달하는 아동 성 학대가 발생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뒤 이뤄진 것이다.
프랑스 가톨릭 성 학대 독립조사위원회(CIASE)는 이 보고서에서 교회가 운영하거나 교회와 연계된 기관에서 발생한 학대까지 합치면 피해자가 33만명에 달하며, 가톨릭 당국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이를 은폐해 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편, 포르투갈 가톨릭 관계자는 앞서 2년 전 당국이 2001년 이래 포르투갈 성직자들이 연루된 성 학대 의혹 10여 건을 조사했으나, 조사를 맡은 교회 관계자들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탓에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소되지 않았다고 AP에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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