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냉각장치 고장으로 핵연료가 녹아내린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1호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 조사에서 핵연료로 보이는 퇴적물이 처음 발견됐다.
1971년부터 1979년 사이에 차례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전은 6기의 원자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원자로 4기가 몰려 있는 제1원전 부지가 동일본대지진이 일으킨 쓰나미에 잠기면서 당시 정상 가동 중이던 1~3호기 냉각장치가 고장 나 노심용융 사고로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추진 중인 도쿄전력은 그간 2~3호기 격납용기 내부에서는 핵연료 잔해인 데브리와 이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확인했지만 수소 폭발로 파손 상태가 한층 심했던 1호기에선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격납용기는 유사시에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기밀성(氣密性) 설비로, 그 안쪽에 원자로 노심과 냉각재를 수용하는 압력용기가 들어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로봇을 이용한 1호기 격납용기 내부 조사를 약 5년 만에 재개해 물에 잠긴 바닥 쪽에서 덩어리 모양의 퇴적물을 발견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발견 장소는 압력용기 바로 아래로 이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은 이 퇴적물이 사고 당시 압력용기 내부의 고온으로 용융된 핵연료가 용기 바닥을 뚫고 쏟아져 내린 데브리가 섞인 물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분석 중이다.
1호기에서 데브리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1호기에서 마지막으로 2017년 3월 이뤄진 조사에선 격납용기 바닥 부위에서 모래 모양의 퇴적물이 퍼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지난 8일부터 투입한 로봇이 압력용기 토대 개구부(開口部) 안쪽까지 접근해 9일 촬영한 영상에는 검은 암석 모양의 덩어리가 보인다.
울퉁불퉁한 표면에는 갈색의 물질이 붙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자세한 성분과 크기 등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로봇이 1호기 압력용기 개구부를 통과할 때의 방사선량은 일반인 연간 피폭 허용치(1m㏜)의 1천~2천 배 수준인 1~2시버트(㏜)가 시간당으로 측정됐다.
도쿄전력은 1호기 격납용기 바닥에서 이번에 발견된 퇴적물에 데브리가 포함돼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로봇을 투입해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퇴적물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폐로 작업의 선결 과제인 데브리 반출 계획을 제대로 짤 수 있게 된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 전체 원자로 6기의 폐로 작업을 2051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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