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임형준·흥국화재 임규준 대표이사 내정
보험업계 "이호진 전면 복귀 대비용 인사"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흥국생명과 흥국화재[000540]가 11일 새 대표이사에 임형준(60)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와 임규준(59) 전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하자 보험업계에서는 공직 및 언론 출신의 동시 중용은 이례적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는 연세대와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7년 한은에 입행했다. 한은에서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현재 KB생명보험 상근감사를 맡고 있다.
임 내정자는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조직관리와 대내외 소통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흥국생명은 전했다.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는 연세대 출신으로, 1987년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해 매일경제신문과 MBN에서 국제부장, 부동산부장, 증권부장, 경제부장, 국장 등을 지냈다. 2016∼2019년 금융위 대변인(국장)을 지내는 등 언론과 정부 부처에서 활동했다. 현재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내정자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고객 중심 경영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이나 자산운용 전문가가 아닌 공직·언론 출신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표로 영입된 데 대해 작년 만기 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직면한 대주주·임원 제한 이슈를 돌파하고 경영 전면에 복귀를 뒷받침하는 대외 역할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경영에 공식적으로 복귀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금융당국과 언론 등 대외 소통이 중요하다"며 "회사 안팎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보다는 대외 관계 역량 강화를 원하는 이 전 회장의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은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키며 8년 5개월에 이르는 재판 끝에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작년 10월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000540], 고려저축은행 등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복귀하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차명주식을 허위로 기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혐의(자본시장법·공공거래법 위반)로 작년 3월 벌금 3억원 약식명령을 받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4월 초에 벌금형이 확정됐다.
고려저축은행 지분 매각명령을 두고 소송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고려저축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2019년분) 결과 대주주 이 전 회장에게 지분 매각명령을 내렸다. 이 전 회장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대주주에게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할 것을 명할 수 있고, 대주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상호저축은행 총 주식의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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