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北미사일 도발 등 상황 공유하고 향후 대응책 집중 협의한듯
12일 외교장관회담 앞두고 '3국 공조' 재확인…美 새 제안 여부 주목
(호놀룰루=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가는 와중에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가 10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대좌했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최근 잇단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3국 북핵대표가 3자 대면 협의를 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중순 워싱턴DC에서 만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올해 초부터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 시위를 벌이자 이들은 수시로 전화 통화를 갖고 대책을 협의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엔 북한이 지난 2018년 이후 유지해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를 시사한 데 이어 일본은 물론 하와이와 괌까지 사정권에 둔 IRBM을 발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IRBM 발사는 북한이 조만간 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주곡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들은 직접 만나 대책을 숙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노규덕 본부장은 이날 협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면서 "지난 연말과 이번 달에 말과 행동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북한으로부터) 발신되고 있어서 좀 걱정이 된다"고 현 상황을 평가하기도 했다.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을 마친 뒤 미국측 북핵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매우 생산적 회동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회의 시작 전만 해도 기자들의 관련한 질문에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좋은 회의를 기대한다"고 입을 닫은 뒤 곧바로 회의장으로 향하던 것과는 확연히 부드러운 기운이 전해졌다.
후나코시 국장 역시 묵묵부답으로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처음과 달리 짧게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며 "생산적 회의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회의장을 떠난 노 본부장도 다소 긴장한 기색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던 것과 달리 한층 여유있게 "의미 있고 생산적 회의였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3국 대표들은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엄중한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이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결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3국 대표들은 "한반도 문제 관련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책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3국 장관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성격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주요한 논의내용에 대한 발표는 자연스럽게 장관회담으로 미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북핵 수석대표 회동과 외교장관회담은 단순한 미사일 발사를 넘어 북한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재개를 시사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대북문제에 있어서 3국간 협력과 공조체제를 다지는 게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3국 북핵수석대표들이 회동을 마친 뒤 한 목소리로 "생산적 회동이었다"고 평가한 점으로 미뤄보면 일단 출발은 순조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강행을 둘러싼 한일간 냉기류 등 살얼음판 같은 양국 관계를 감안하면 첫 단추는 조심스럽게 잘 끼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한미일 3국은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 해법에서 온도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도 유엔 제재 등을 포함해 압박 정책 병행 가능성의 여지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았을지 주목된다.
노 본부장은 협의를 마친 뒤 "부정적·긍정적 상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측의 추가 제안과 관련해 '새 아이디어'를 언급하며 "외교장관 회담에서 협의가 돼야 할 상황"이라고 말해 대북 제재를 포함한 추가 대응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또 그동안 상대적으로 북핵 문제에 있어 강경 기조를 이어온 일본의 입장도 변수다.
한 가지 예로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관련,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최악의 긴장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일 관계와 맞물려 북한에 대한 대응책 논의가 난항에 봉착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노 본부장은 일단 일본측이 CVID를 회의 성명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선을 그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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