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호주 정부가 18억달러(약 2조1천600억원) 상당의 주식 발행과 관련해 씨티그룹, 도이체방크와 이들 금융사 전직 임원들을 상대로 한 담합 수사에서 이들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약 4년에 걸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해 온 호주 연방검찰은 증거를 검토한 뒤 "합리적인 기소 가능성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건이 그대로 진행됐으면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됐을 화이트칼라 범죄 관련 재판은 이번 조치로 '뜻밖의 퇴각'(a stunning retreat)을 맞게 됐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투자은행이 공동 주간사로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전에 종지부가 찍히고, 일부 거대 글로벌 투자 은행의 전직 고위 간부들이 투옥될 위험도 해소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호주 사법당국은 2015년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가 주관사가 돼 호주 주요 은행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주식을 발행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이 기관들이 미발행 주식 보유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콘퍼런스콜에서 해당 회사 직원들은 막대한 신규 주식이 시장에 풀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 매각을 보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청취됐다.
도이체방크는 호주 검찰의 소송 취하 소식에 성명을 내고 "우리 은행과 직원들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모든 규칙과 규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책임 있게 행동해 왔다"며 "이번 소송이 연루된 개개인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고 있지만, 일단 결백이 입증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개인 피고 가운데 한 명으로 2008∼2017년 호주 도이체방크 임원을 지낸 마이클 리처드슨은 이번 결정을 반기면서도 "소송은 나와 내 경력, 가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내가 왜 이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은 "우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정해 왔다"며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티그룹과 도이체방크를 주간사로 주식을 발행한 고객사 ANZ 은행에 대해선 작년 10월 이미 기소가 취하됐다.
한편,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호주 반독점 규제 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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